[구본진의 필적]〈46〉천진난만한 펠레

구본진 변호사·필적 연구가 입력 2019-02-15 03:00수정 2019-02-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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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스포츠 스타, 축구황제, 월드컵 3회 우승을 이룬 유일한 선수. 모두 축구 선수 펠레 이야기다. 1970년 나이지리아와 분리 독립을 선언한 비아프라가 전쟁을 하다 그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양측이 48시간의 휴전에 합의했고, 이란 왕이 그를 만나기 위해 공항에서 3시간 동안 기다리기도 했다. 그는 88개국을 방문했고 10명의 왕, 5명의 황제, 70명의 대통령, 2명의 교황을 만났다.

펠레의 글씨는 어린아이처럼 둥글둥글하다. 구름이 가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며 다소 불규칙하고 꾸밈이 없어서 천진난만한 성향을 보여준다. 펠레를 인터뷰한 기자들은 모두 그를 천진난만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천진난만한 글씨는 예로부터 높게 평가됐다. 북송의 서가 미불은 위·진시대의 글씨를 목표로 삼았는데 이 서풍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은 평담천진(平淡天眞·가식과 꾸밈이 없는 경지)이고 이는 글씨의 지극한 뜻이라고 생각했다. 명나라의 장필은 “천진난만이 나의 스승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명나라 말의 동기창은 진솔함을 추구하는 기풍의 일인자였다. 젊은 시절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지만 명성을 쌓은 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도 구사할 수 있게 한 펠레의 학구열은 이런 성향과 관련이 있다.

‘P’의 큰 고리 장식과 ‘e’의 마지막 부분이 긴 것은 관대함을 의미한다. ‘l(소문자 L)’이 작은 것은 수줍어하는 것을 말하는데 펠레는 어린 시절 숫기가 없고 내성적이었다고 한다. ‘M’의 마지막 획이 기초선 아래로 향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말해준다. ‘T’의 가로선과 ‘P’의 윗부분이 유난히 긴 것은 지칠 줄 모르는 지구력을 뜻한다. 사람들은 펠레를 천재라고 부르기도 하고 머릿속에는 일종의 컴퓨터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혹독한 연습과 고통스러운 경험, 부상과 시련을 이겨내고 끝없이 정진했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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