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진의 필적]〈33〉명석하고 열정적인 윤이상

구본진 변호사·필적 연구가 입력 2018-11-16 03:00수정 2018-1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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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낳은 세계 정상급 작곡가 윤이상. 그는 유럽의 평론가들에 의해 ‘20세기 중요 작곡가 56인’, ‘유럽에 현존하는 5대 작곡가’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1995년에는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이 선정한 ‘20세기 100년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윤이상의 글씨는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의 글씨와 같은 특징을 보여 작곡가로서 대성할 기질들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음악은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수준이 높고 난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윤이상의 글씨는 온통 머리가 좋고 활동적이며 열정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선, 속도가 매우 빠르면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것은 매우 명석함을 의미한다. ‘e’가 ‘i’처럼 보이는 것은 열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r’가 단순한 형태여서 빠르고 활동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i’의 점을 대시 기호처럼 쓰는 것도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낸다는 것을 알려준다. ‘B’의 밑 부분이 열린 것은 자아를 이해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꽤 명석한 머리와 열정을 바탕으로 독창적으로 서양 음악에 동양적인 요소를 결합해서 ‘독일 관념철학의 전통이 벽에 부닥친 서양 문명의 흐름 속에서 동양 사상을 담은 음악으로 세계 음악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윤이상은 뛰어난 재능과 급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괴팍하지 않고 순수하고 사교적이었다. ‘n’이 물결 모양인 것은 외교적 수완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a’의 위가 열려 있는 것은 말이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면 글자의 간격이 넓고 부드러우며 시작 부분에 비틀림이나 꾸밈이 적다. 이를 보면 꾸밈이 없고 사회성이 있으며 좋은 아버지요, 좋은 남편이었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글씨에서는 그에게 닥친 시련의 단서를 찾기 어렵다. 윤이상의 태몽에 커다란 용이 나타났는데 그 용이 상처를 입고 있어서 높이 차고 오르지는 못했다고 한다. 태몽은 그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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