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정성립/로마人의 ‘투명경영’을 배우자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12분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로마인이 어떻게 역사상 최초의 대제국을 건설했을까.”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방식으로 ‘로마인 이야기’를 저술했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 이유를 윤리나 정신보다는 법과 제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마는 왕을 민회에서 선거로 선출했고 공화정으로 이행한 뒤에도 원로원이나 집정관을 선거를 통해 선출했다. 정복한 민족에게도 시민권을 개방하고 그 대표자를 원로원에 흡수해 사회적 통합을 꾀했다. 귀족은 앞장서서 전쟁터로 나갔다. 전쟁에서 실패한 집정관에게는 만회할 기회를 줬고, 이를 통해 교훈을 찾도록 했다.

이러한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개방성, 관용성이 대로마제국을 건설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로마에는 절대 권력을 가진 주인이 없었다. 민회에서 선출된 왕조차도 모든 권한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요즘으로 보면 전문경영인이었던 셈이다.

항간에 ‘주인 없는 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말들이 많다. 주인이 없는 회사는 장기적인 비전 없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결국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고 한다. 어쩌면 주인 없는 회사는 제멋대로인 듯도 싶다. 실제로 문을 닫을 뻔했던 회사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것이 과연 주인이 없다는 이유 때문일까. 그 회사에도 분명 주인은 있었다. 수많은 주주들이 있었다.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소수의 대주주만을 회사의 ‘주인’으로 여기는 선입견 때문에 이런 오해가 빚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우중공업에서 분리된 대우조선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거쳐 올해 2월 거래소에 상장됐고 8월에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성공적으로 졸업했다. 이제 대우조선은 좋게 말해 ‘국민기업’이고, 나쁘게 말하면 ‘주인 없는 기업’이 된 것이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확실히 마련돼 있다면 ‘주인이 있느냐, 없느냐’는 기업 경영에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는다. 세계적 기업인 미국의 GE나 IBM에 주인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이에 대한 평가는 주인인 주주들이 확실히 하면 되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2010년까지 어떠한 영업환경에서도 흑자를 낼 수 있는 세계 1등 조선소를 만들기 위해 ‘글로벌 탑 2010’ 운동을 벌여왔다.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자는 의지를 다졌다.

모든 기업이 영원히 살아남기를 소망하지만 기업은 탄생-성장-쇠퇴를 반복한다. 대우조선 은 부동의 영속기업으로 존재하기 위한 해답을 ‘투명경영’에서 찾고 있다. 로마의 개방정치처럼 회사 운영의 모든 부분을 주주와 임직원에게 공개해 이해를 구하고, 정성들인 제품과 성실한 근로의식이 고객의 신뢰를 받는다면 그 회사는 어떤 난관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 성 립(대우조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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