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황종대/'먹는물 관리' 미국법 벤치마킹을

  • 입력 2001년 5월 18일 18시 46분


최근 신문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수돗물 논쟁이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일부 지역의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현재의 정류방식으로는 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어렵다고 알려지면서 국민 불안이 증폭되었던 것이다.

수돗물은 우리 모두가 마시는 물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 차례 수돗물의 품질에 대해 확약을 해왔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느끼는 실망과 충격은 더욱 더 컸으리라 생각된다.

선진국들은 음용수 관리기준을 만들어 놓고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위하여 힘쓰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데도 여전히 문제가 생긴다. 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 밀워키 지역에서는 1993년 장(腸)결장염을 일으키는 크립토스포리디움으로 인해 수십 만명이 감염되고 100명 이상이 사망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더 열악한 자연환경과 사회구조 속에서 수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 좋고 물 맑은 금수강산으로 호칭되던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강수량이 장마철에 몰리는 바람에 한정된 수자원마저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힘들다. 게다가 상수원의 80% 이상이 호수나 강물을 이용하고 있다. 호수나 강물은 지표면에 노출되어 있는 물로 사용하기에 편리한 장점은 있으나 외부에 의해 오염되기 쉽다. 복류수(지하수와 지표수의 중간에 흐르는 물)나 지하수를 상수원으로 주로 사용하는 선진 각국에 비하여 오염관리상 취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상수도 안정을 위하여 고도 정수 처리 등 최고의 기술을 동원하고 있는 노력에 비해 잦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수돗물의 원수(原水)가 되는 상수원의 관리에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수된 수돗물은 근본적으로 원수의 질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점차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우리의 수질환경을 고려할 때 어떠한 제도 보완과 획기적인 정수시스템의 도입이 뒤따르더라도 최근의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는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미국식의 ‘먹는 물 관리법’의 보완을 제안하고 싶다.

세계적으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미국의 음용수 관리방안을 들여다보면 법률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85개 규제항목 외에도 많은 감시항목을 선정해 놓고 그 효능과 역할을 분석하며 매년 이들 항목의 수를 증가시켜 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여 개의 정수 및 샘물 생산 판매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상당수는 ‘먹는 물 관리법상’ 적합한 수돗물을 원수 삼아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들 제품의 우열을 구분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단기간에 원수의 획기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현 제도를 살리면서 감시항목 등을 추가로 선정, 정부 차원에서 관리함으로써 업계의 품질경쟁을 유도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음용수 시장에 대하여 각사 제품에 대한 수질의 우위를 알려주는 긍정적인 효과 외에 자유 경쟁을 통하여 양질의 음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민은 건강을 위해 맑은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

황종대(청호나이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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