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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Close Up]금융계 여성임원 “Network도 Work만큼 중요”

입력 2013-03-21 03:00업데이트 2019-05-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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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왕언니 7명이 말하는 ‘유리천장 깨뜨리기’
한국씨티은행 출신 금융계 여성 임원들이 최근 씨티은행 여성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김명옥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유명순 씨티은행 부행장, 이재경 삼성증권 상무, 권숙교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사장, 김춘경 스탠다드차타드(SC)캐피탈 전무, 김정원 씨티은행 부행장, 김미화 SC은행 전 부행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여성 대통령 시대다. 새 정부가 ‘미래 여성 인재’ 10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내건 가운데 여성 인재의 덕목에 관심이 쏠린다.

학업 성적이나 입사 성적만 보면 여성은 남성을 앞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전에선 그렇지 않다. 20일 민주통합당 김영주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 52곳에서 전체 임원 가운데 여성은 1.8%에 그친다. 스펙과 시험 성적은 우등생이지만 기업 현장에선 열등생 대우를 받는 셈이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여성 인재로 인정받아 임원에 오른 ‘금융계 왕언니’들에게 실전에서 여성 인재가 될 수 있는 비법을 들어봤다.

○ “소통-교류-설득하는 작업 필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재경 삼성증권 상무의 지론이다. 많은 여성들의 경우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경향이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했다. 특히 일반 직원일 때는 자신의 일만 해도 되지만, 중간 관리자 이상의 직급에 올라가면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거나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때문에 학교 독서 모임, 인문학 학교, 업계 모임 등을 다니는 데에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모임에 나가는 건 많은 걸 배우고, 좋은 사람을 만나며 인생의 자양분을 쌓기 위한 것이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노출시키면 훗날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는 흔히들 네트워크라고 하면 회사 바깥의 사람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내(社內) 관계도 중요하다고 했다. 업무를 추진하려면 다른 부서의 협조를 얻을 일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조사, 특히 조사(弔事)를 항상 챙긴다.

남성이 장악하고 있는 기업 금융 분야를 맡고 있는 유명순 씨티은행 부행장 역시 다른 방법을 찾았다. 남성들은 고객사 직원에게 ‘형님’이라고 하면 통하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학교나 조찬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인맥을 넓혔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뒤로 숨지 마라

유명순 부행장은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사 초기에는 여신 심사를 맡았다. 둘째 아이를 낳고 복직한 뒤 같은 업무를 하면 편하게 일할 수 있었겠지만 커리어상의 한계가 보였다. 마침 기업 영업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다는 사내 공고를 보고 자원했다.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심사 분석할 때의 경험을 밑천 삼아 고객들에게 경쟁자와 다른 방식으로 상품을 제안할 수 있었다.

“기회가 주어져도 여성은 손을 들고 나서는 경우가 비교적 적어요. 남들이 자신을 먼저 알아주길 바라죠. 또 자원하기보다는 남들로부터 잘할 것 같으니 해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게 아쉽죠.”

유 부행장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만 한 단계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씨티은행 여성委 같은 제도적 여건 절실” ▼

김명옥 씨티은행 부행장도 비슷하다. 그가 맡고 있는 업무 지원 분야는 언뜻 보면 매일 같은 일의 반복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매일 다른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한다는 것. 그는 “그래야 지루하지 않고 즐기면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숙교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사장은 “여성 후배가 최근 많아지고 있지만, 신년 하례회 등 자신을 드러내기 좋은 자리에서 뒤로 숨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여성을 내세워서도 안 되지만, 여성임을 숨기려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나를 상품으로 만들어라

권숙교 사장은 차별화를 통해 자신을 브랜드처럼 만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장점을 살피고,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면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

컴퓨터가 제대로 보급되지도 않았던 1980년대 프로그래머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여성공학인 대상과 여성정보인상 등을 받아 ‘권숙교=IT 전문가’라는 브랜드를 쌓을 수 있었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딱 필요한 그 사람(right person)’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화 SC은행 전 부행장은 성공을 다시 정의해 보라고 했다. ‘열심히 하는데 왜 승진하지 못할까’, ‘왜 실적을 내지 못할까’ 등의 고민을 하는데, 자신을 어떻게 상품화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 그는 “조직에서 자신이 얻은 게 없다고 불만만 품을 게 아니라 조직을 빛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춘경 SC캐피탈 전무는 “여성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경향이 있다”며 “스스로를 진단해 봐야 하고, 현업에서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 혼자 하려고만 하지 말라

이재경 상무는 리더가 되면 본인의 실력이 아니고, 밑에 있는 직원들의 역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은 자신이 쥐고 있는 것을 놓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죠. 포용과 관용으로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면, 이는 자신을 높은 곳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들은 제도적인 여건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례로 여성에게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 문화라면 여성이 클 수 없다고 했다. 김명옥 부행장은 2000년 국내 은행에 근무하던 시절 중간관리자들이 모조리 남성이었는데, 잠재력이 있는 여성을 발탁 인사한 적이 있다. 기대한 대로 그 여성은 40여 명의 남성 직원을 이끌고 잘해냈다.

김명옥 부행장은 그때 ‘맡기면 해내는구나, 하는구나. 앞으로 기회를 더 많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정원 씨티은행 부행장은 “여성에게 기회를 동등하게 주는 투명한 인사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여성 인재가 많이 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씨티은행 여성위원회처럼 여성 임직원 간 멘토링 등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는 기업의 시스템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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