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인 自殺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 입력 2004년 10월 1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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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자살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92세 노인이 자식들에게 더는 짐이 되기 싫다며 78년을 해로(偕老)한 치매 걸린 아내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비롯해 하루 평균 10명의 노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자살자 4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이다.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202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14세 이하 어린이보다 더 많아진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대책은 황소걸음처럼 더디다. 갖가지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노인의 50%가 가난에 시달리고, 이중 10%는 정부의 지원이 끊어질 경우 당장 끼니를 잇지 못한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36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4만6000여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독거(獨居) 노인도 64만명이 넘는다.

지난 40여년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25년이 늘어나 곧 80세에 이른다. 하지만 직장에 다닐 수 있는 나이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현재 55세 이상 인구의 60%가 무직상태다. 일자리가 없는 상태에서 자식들의 봉양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연명해야 하는 삶의 조건이 노인들을 자살로 몰아가고 있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온갖 고통과 역경을 극복한 세대다. 부모에게 효(孝)를 행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로부터 효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부채를 지고 있다. 때문에 노인 복지에 관한 문제는 당연히 정책 순위의 상위를 차지해야 한다. 노인의 현재는 곧 우리 모두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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