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파동, 안그래도 속쓰린데… 소비자 “속터져”

  • 입력 2004년 6월 7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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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무지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무를 원재료로 해 생산된 만두가 대량 유통된 사실이 알려지자 제품 회수와 해당업체의 사과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이 가운데 만두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만두 파동’이 빚어질 조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7일 “문제 제품을 폐기처분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만두 회수하라”=‘밥을 잘 먹지 않는 딸아이에게 거의 매일 만두를 먹게 하는 아버지로서 가슴이 떨리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한 만두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이다.

이 게시판에는 이날 하루 ‘해당업체가 어떤 곳인지 밝히라’ ‘해당업체들은 제품을 자진 회수하라’는 네티즌의 글이 300건 이상 쏟아졌다.

주부 조정희씨(57·서울 동대문구 이문동)는 “유명업체의 만두가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듣고 기가 막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6일 만두소 제조업체 업주들을 불구속 입건한 경찰은 “대표를 수배한 경기 파주시 W식품의 거래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30여개 만두제조업체 중 매출 상위 25개 업체가 이 회사 제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유명 만두제조업체들의 경우 비위생적인 만두소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며 “식품위생법으로 처벌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변명에 급급한 제조업체=하지만 만두 제조업체들은 ‘불량 소’로 만든 만두의 회수에 소극적이고, 변명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다.

경찰 조사결과 W식품으로부터 199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330t(1억7000여만원어치)을 납품받은 A사는 “불량 만두소는 미국과 일본 수출용으로 제조됐기 때문에 국내에 유통된 것은 없다”고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했다.

B사는 “W식품으로부터 2002년 4개월 동안만 만두소를 납품받았으며, 최근에는 타 회사에서 납품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공개한 W식품과의 거래명세서에 따르면 B사는 1999년 11월부터 2002년까지 무려 128t(6202만원어치)을 납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할인점 등에서 만두 입점을 위해 각종 판촉행사를 요구하는 바람에 저가 원료를 납품받는 만두제조업체가 늘었다”고 귀띔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조업체 중 상당수가 ‘불량 소가 들어간 만두는 시중에서 모두 팔렸다’며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만두 판매량 급감=만두 유통업체는 7일 판매량이 평소의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유통업체들은 ‘불량 만두소’로 제조한 만두를 매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일부 제조업체가 “만두소를 납품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바람에 선별작업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마트 가양점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세일 기간임에도 식품매장의 만두코너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불량 만두소를 사용하지 않은 해태, CJ, 삼포 등은 “우리 제품의 안전성을 알리는 광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약청 관계자는 “경찰청으로부터 만두 제조업체의 명단과 판매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시군구에 통보하고 문제의 제품을 폐기처분토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식생활안전시민운동본부 김용덕 대표는 “무엇보다 불량 만두소를 사용한 만두제조업체들이 그 내용을 소상히 밝혀 소비자들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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