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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이 바뀐다]<上>학원가 생종 위기

입력 2004-04-25 18:17업데이트 2009-10-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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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원총연합회는 최근 전국의 회원 학원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정부의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따라 수강생이 줄어 운영이 어렵다는 회원들의 호소가 잇따르자 상황을 파악한 뒤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문상주(文尙柱) 학원연합회장은 “중고교생을 상대로 교과목을 가르치는 보습학원의 매출이 정부 대책 발표 이전보다 대부분 20∼30%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또 문 회장은 “전국 3만여개의 보습학원 중 2월 이후 문을 닫은 학원이 2000여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나 많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2월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약발’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 학원들은 오후 10시까지 실시되는 학교 보충 및 자율학습과 교육방송(EBS)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의 ‘협공’에 밀려 운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에 따라 학원들은 수강료를 낮추고 수강생들이 직접 들어보고 강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무료강의를 실시하는 등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그만큼 싼 가격에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무너지는 학원가=서울 양천구의 A학원은 평소 강의 수강증 판매량이 한달에 3000여장이었으나 새 학기가 시작된 이후 2400여장으로 줄었다.

인근 P학원도 새 학기 들어 수강생이 30%나 줄어들자 주중에 운영하는 3학년 2개 학급을 하나로 통합했지만 결국 폐강하고 주말반으로 전환해야 했다.

B학원 교무부장은 “학교에서 오후 10시까지 학생들을 붙잡아 놓아 타격이 크다”며 “학생들이 심야 과외방으로 몰리면서 적법하게 운영하는 학원은 죽고 불법 과외방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온라인학원에서 큰 인기를 누리던 스타강사의 수강생이 최근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만 개설하면 200∼300명씩 수강생이 몰리던 한 유명강사의 강의도 수강생이 10여명에 불과해 폐강했다는 소문이 학원가에 떠돌고 있을 정도다.

▽공짜 강의도 성행=양천구 C학원은 최근 50개 강좌의 EBS 무료 특강을 개설했다. 노원구 S학원은 중간고사 기간에 맞춰 과목별 시험 대비 정리 강의를 무료로 실시해 수강생이 강의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강남구 P학원은 주중에는 영어 수학과목을 중심으로, 주말에는 국어 사회 과학 과목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전략을 세웠다.

광주의 A학원은 강좌당 5만원이던 수강료를 최근 3만원으로 내렸다. 학원 관계자는 “인근 고교의 보충학습료가 과목당 2만5000원이어서 학교와 경쟁하기 위해 수강료를 내렸다”고 밝혔다.

▽온라인학원도 긴장=EBS 강의로 직격탄을 맞은 온라인학원들은 특화된 전략으로 수험생 공략에 나서고 있다.

E학원은 상위권 학생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정하고 고급 수준에 맞춘 강의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 M학원은 상대적으로 EBS 강의 이용이 적은 고교 1, 2학년을 겨냥해 중간고사 대비 강좌 50여개를 신설했다.

K학원은 학생의 학업 수준별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인터넷 사이트를 교육과 오락을 접목한 ‘에듀테인먼트’ 개념으로 개편했다.

온라인 D학원은 특정 강좌 신청시 금액의 5%를 적립해 일정 포인트가 쌓이면 강의나 배치기준표 등을 신청할 때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선택권 강화=학교와 학원, EBS와 온라인학원 등의 경쟁이 치열해져 학생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온라인학원은 물론 오프라인학원들도 잇따라 무료 강의에 나서 학생 입장에서는 미리 강의를 들어보고 필요한 수업을 고를 수 있게 됐다.

고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씨(43·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학원과 EBS 강의를 통해 보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씨(44)는 “무료 강의만으로는 제대로 공부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유료 강의를 수강하게 하는 상술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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