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0년 만화 ‘피너츠’ 탄생

  • 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41분


한국에선 스누피로 더 잘 알려진 만화 ‘피너츠’가 1950년 10월 2일 미국 내 7개 일간지에 첫선을 보였다. ‘피너츠’는 2000년 1월 3일 작가의 건강 문제로 막을 내릴 때까지 50년간 쉬지 않고 독자를 찾아갔다. 그동안 21개 언어로 번역돼 75개국 2600개 일간지에 실렸고 4편의 영화와 50편 이상의 TV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 지금도 약 3억5000만명의 독자가 신문에서 ‘피너츠’ 재판(再版)을 읽고 있다.

둥근 얼굴에 한 줄 곱슬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초등학생 찰리 브라운, 개집이 싫어 지붕에서 자는 강아지 스누피, 매우 현실적인 냉소주의자 루시, 병적으로 담요에 집착하며 철학적인 말을 툭툭 던지는 라이너스…. 만화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동원해 현대인의 내면을 잘 그려냈다.

특히 꼬일 대로 꼬인 주인공 찰리 브라운의 일상은 웃음과 동시에 연민을 이끌어냈다.

연을 띄우려고 하면 모형 나무, 성탄 트리, 방금 심은 묘목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나무가 방해를 한다. 짝사랑하는 ‘작은 빨간 머리 소녀’에겐 말 한 번 붙여볼 기회가 없고 매년 봄 동네 야구 게임에서 마운드에 오르면 홈런을 얻어맞기 일쑤다.

움베르토 에코의 해석처럼 “순진하고 고집 세며 무능하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하는 비극적인 일상인들의 상징”이다.

독자들은 실패할 줄 뻔히 알면서도 매번 다시 도전하는 찰리 브라운의 모습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읽었다. “슬픔의 눈물이야말로 성장하는 영혼을 위한 최고의 거름”이라는 그의 대사에 박수를 보냈다.

만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런 일상’을 소재로 했지만 작가에겐 평범하지 않은 성공을 안겼다.

반세기 동안 ‘피너츠’를 그린 찰스 슐츠(1922∼2000)는 신문 만화작가로는 처음으로 1996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의 만화가에게 주는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고 미국과 프랑스에서 훈장도 받았다.

명예뿐 아니다. 그는 지난해 미국 포브스가 발표한 ‘유명을 달리한 명사들의 소득 순위’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년간 3200만달러. 작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는 여전히 부(富)를 만들어내고 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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