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발언대]김상기/정부, 노숙자에 관심 가져야

  • 입력 2001년 3월 8일 16시 08분


올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 유독 추웠다. 내가 다니는 성공회 대성당 뿐 아니라 많은 종교단체가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했다. 자원봉사를 하며 밥을 담아주고 국을 퍼주었다. 그들이 원하는 만큼 퍼주지 못할 때는 가슴이 아팠다. 밥과 국은 제한돼 있는데 주변에서 계속 몰려드는 노숙자들 때문에 조금씩밖에 주지 못했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 대신 '미안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들도 우리의 이웃인데라고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정부와 국민은 노숙자들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생각하고 도와주기 바란다. 그리고 무한경쟁 사회에서 누구나 순식간에 그들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런데 정부는 노숙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정부 강한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은 강자들만 보호하고 있다. 노숙자들을 사회단체 종교단체에 떠맡기고 있다. 많은 공적자금을 밑빠진 독이나 마찬가지인 부실기업에 쏟아부으면서 노숙자들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무력한 노숙자들을 위해서도 돈을 써주기 바란다. 세금은 누구에게서 나오는가. 누구를 위한 국민의 정부이며 강한 정부인가. 노숙자와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는 부드러운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김상기(서울 은평구 대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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