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NGO회원]'장애인 먼저'   홍보사절 송윤아씨

  • 입력 2001년 2월 23일 16시 20분


23일 서울, 다가오는 봄기운을 시샘하는지 하늘에서는 오전부터 차가운 겨울비가 내렸다.

언제부터 뿌리기 시작했을까,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면서부터 가는 빗줄기가 유리창을 스쳐가기 시작했다.

영화 '불후의 명작'에서 물안개 피어오르는 한적한 호숫가에서 난데없이 흐르는 '아마폴라'의 선율에 맞춰 조금은 장난스럽게 멋진 발레 솜씨를 뽐냈던 영화배우 겸 탤런트 송윤아(27)씨.

아침부터 그녀가 바쁜 일정을 쪼개 참석한 곳은 강남의 한 백화점 바자회였다.

'장애인 먼저, 인식개선을 위한 바자회'

'장애인 먼저' 실천 홍보사절로 지난 1년을 보낸 그녀는 이날 행사장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관계자들과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팬 사인회와 함께 백화점 고객 차량에 홍보 스티커를 직접 부착하기도 하면서 2시간 정도를 보낸 그녀는 다소 피곤한 듯 보였다.

"때론 좌절한 적도 있다고 하시지만, 제가 만난 분들은 너무나도 밝게 생활하고 계셨어요. '장애인'이라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녀는 1년이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 먼저'라는 운동의 취지와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장애인 먼저' 인식 개선운동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생활화함으로써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

"예를 들면 전철이나 버스에서 장애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줄을 설 때도 차례를 양보해 준다던지, 장애인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지 않는 것 등은 정말 우리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들 이지요"

그녀는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자발적'이지는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장애인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그녀는 '장애인 먼저 실천협의회'의 홍보사절 제안을 받고 동참을 결정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살아가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망설이지 않고 결정했는데, 사실 제가 더 깨우치고 얻은 부분이 많아요"

그전까지는 평소에 생활하면서 많은 장애인을 아무 생각없이 대했던 그녀지만 홍보사절로 보낸 지난 1년은 그녀에게 '장애'라는 것은 이제 선입견과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확고한 의식을 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안타까운 기억의 단편이 하나 있다.

"공중전화를 걸려고 휠체어에 앉아 손을 길게 뻗고 있는 장애인을 봤어요. 조금만 낮게 설치됐다면 그 분도 쉽게 전화를 걸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서글픈 느낌이었어요"

그녀는 장애인에 대해 우리 사회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도무지 무관심한 사람들이고, 또 하나는 '어, 장애인이네 어떻게 하지?'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제는 아무 거리낌없이 도와드릴 수 있는 모습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모습이 정말 필요하거든요"

송윤아씨는 지난 한 해의 홍보사절 활동을 무척이나 부끄러워 했다. 별로 한 일이 없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바자회, 광고촬영 등 자신의 일과 병행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지난 1년이라고 칭찬한다.

늘 겸손하고 다정한 모습의 그녀가 펼칠 2001년의 보다 적극적이고 활기찬 활동을 기대해 본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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