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4]건강한 빈라덴 목소리 힘 넘쳐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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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테러 조직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이 다시 등장했다. 빈 라덴은 1년1개월 만인 지난달 29일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방영한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빈 라덴은 이번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2001년 9·11테러를 자신이 주도했음을 밝히고 제2의 9·11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행정부는 이번 테이프에 나오는 인물이 실제 빈 라덴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추가 조사에 나섰다. 테이프는 선명한 화질에 18분 길이였으며 알 자지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지사 정문 앞에 놓여 있었다.

전통적인 흰색 복장에 흰 터번을 쓰고 노란색 외투를 걸친 빈 라덴은 건강한 모습이었다. 목소리에도 힘이 실려 있었다. 성명을 읽는 중간중간 집게손가락을 들어 요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빈 라덴이 미국 대선을 겨냥해 계산된 정치적 용어를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미 작성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간 것도 그의 이전 비디오 메시지와는 다른 점. 화면 배경도 산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것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이런 점들은 성명의 내용이 매우 정치적이라는 사실과 맞물려 빈 라덴이 아랍계가 아닌 미국 국민을 표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2001년의 비디오 성명에서 그는 코란에 쓰이는 용어를 사용해 미국과의 싸움이 ‘종교적 전쟁’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화면의 상태로 보아 빈 라덴이 최신 매체와 장비에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안전하게 피신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부시가) 어린아이가 염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것이 비행기가 마천루에 충돌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을 통해 그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을 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화씨 9/11’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학교를 방문하고 있을 당시 ‘9·11테러’ 소식을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빈 라덴이 이런저런 소식들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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