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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살아보니]마크 스티븐스/한국의 속살 더 보고 싶어요

입력 2004-01-09 18:32업데이트 2009-10-10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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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홍콩,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14년 넘게 살며 일해 왔다. 운 좋게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매우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주로 홍콩과 중국에서 대부분의 기간을 보냈으나 아시아 국가를 두루 다녀보았고 다양한 아시아 문화에 빠졌다. 한국생활은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한국은 확실히 여타 아시아 문화들과는 다른 점을 많이 지닌 것 같다.

우선 한국인은 분명히 대부분의 아시아인들보다 더 따뜻한 면모를 지녔다. 여타 아시아 국가에서 느낄 수 있는 예의 바른 태도와는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다. 정(情)이 더 많다고나 할까. 그래서 직장에서 한국인 동료나 부하 직원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됐다. 그들이 직장 혹은 여가생활 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듣는 것은 내게는 단순한 기분전환 차원을 넘어 흥미로 다가섰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자기 주관을 갖고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태도를 보인다. 때로는 거침이 없고 때로는 퉁명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사실 종종 무례하다고 느낄 때가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에 눈을 뜨는 계기로 여기고 이를 흥미롭게 관찰한다. 한국인은 무슨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지를 감추는 대신 적당히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물론 때에 따라선 다른 아시아 국가 이상으로 대화에서 형식과 예절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나이 든 세대와 만날 때는 충분히 속을 터놓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약간의 소주를 곁들이면 대개 열린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술자리에서 한국인들이 스스럼없이 감정을 터놓고 얘기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즐겁다. 한국인은 때로는 외국인들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를 조소하는 것조차 거리낌이 없다. 이런 솔직함은 내가 고향인 영국의 술집에 앉아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이는 한국에서 보낸 내 생활의 가장 상쾌한 경험이기도 하다.

문화적으로 한국인과 유럽인 사이에는 의외로 더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머감각은 유사한 점이 많다. 직업상 한국의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지켜봐 왔는데 많은 경우 우스꽝스럽고 정신 나간 짓에서 웃음을 끌어낸다. 영국에서도 이를 ‘미친 TV(Mad TV)’라고 부르며 즐겨 본다.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내용을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유머의 패턴이나 행태에서 놀라울 정도의 유사점을 발견한다.

또 서울 거리의 건물들과 고궁이 산을 배경으로 늘어선 것을 볼 때 다른 아시아 도시들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유럽의 도시를 생각나게 한다. 어쩌면 업무에 쫓기다 보니 교외로 나가 한국의 진짜 풍경을 못 본 탓일지도 모른다. 설 연휴가 그런 내게 좋은 기회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뒤 22년을 해외에 머물며 광고와 전략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패스트푸드에서 자동차까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일해 본 것을 행운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수십년 된 클래식 자동차를 수집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마크 스티븐스 그레이월드와이드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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