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게서 일해줘 고마워” 알바생을 웃게한 메모 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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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알바’로 청년에게 희망을]
300명 수기로 본 ‘착한 현장’

“착한 알바 꽃피우자” 여야 대표 한마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15 착한 알바 선포식’에 참석해 “최저임금과 표준근로계약서 등의 규정을 지켜 착한 알바를 
꽃피우자”며 활짝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착한 알바 꽃피우자” 여야 대표 한마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15 착한 알바 선포식’에 참석해 “최저임금과 표준근로계약서 등의 규정을 지켜 착한 알바를 꽃피우자”며 활짝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몇 년 동안 받은 칭찬 중에서 과분하다고 생각되는 게 하나 있어요. ‘내가 무슨 복이 있어서 진주 씨를 만났을까’라고 우리 사장님께서 제게 해주셨던 칭찬인데요, 저는 힘들 때마다 이 한마디를 떠올리면서 큰 힘을 얻어요.”

동아일보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아르바이트 전문 취업포털 알바몬이 개최한 ‘착한 알바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박진주 씨(24·여)의 수기 중 일부다. 박 씨는 지난해 3월 대학에 복학하면서 용돈을 벌기 위해 이디야커피 시흥시화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의 경험이 ‘고용주와 알바생의 관계는 임금을 주고받는 사이일 뿐’이라는 통념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주휴수당을 챙겨주고 식사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시키며 식대를 월급에서 빼지 않는 등의 대우가 다른 알바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는 얘기다.

○ 나쁜 손님 막아주는 착한 알바

이번 착한 알바 수기 공모전에는 300여 편이 접수됐다. 사연에는 청년들이 생각하는 착한 알바 사업장의 기준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높은 수준의 복지나 덜 힘든 업무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가족같이 여기는 문화 △표준근로계약서 작성과 같은 기본적인 법령 준수 △근로자의 자기계발을 지원해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직장이 바로 청년들이 생각하는 착한 알바 사업장이었다.

대상을 받은 정다희 씨(20·여)가 몸담았던 ‘제주회&감포막회’가 바로 그런 곳이다. 정 씨의 수기를 보면 이곳 사장인 김종오(51) 박은정 씨(49·여) 부부는 아침마다 알바생들이 챙겨먹을 수 있도록 수프를 준비해뒀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출근한 알바생들이 걱정돼서다.

박 씨는 설날이면 알바생에게 보너스를 챙겨주며 봉투에 일일이 덕담까지 적어주기도 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정 씨에게는 ‘우리 가게에서 일해줘서 고맙다. 학교 잘 다니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적은 봉투를 건넸다.

만취한 남자의 음담패설에 당황한 정 씨를 보듬어준 것도 박 씨 부부였다. 정 씨는 “사모님은 울기 직전의 나를 주방으로 피신시키고는 ‘술 취해서 이런 식으로 난동을 부리면 다시는 못 올 줄 알라’며 그 손님을 내쫓고 내 편을 들어주셨다”면서 “내 안전과 인권을 자신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모습에 정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 작은 배려에 감동받는 알바생


장려상을 받은 시지선 씨(23·여)는 ‘CGV강동’에서 일할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팝콘 제조기에 데어 화상을 입었는데 그 모습을 본 담당 매니저가 바로 화상 연고를 바르고 방수 스티커를 붙여주며 얼음찜질을 해줬다고 한다. 시 씨는 “한창 손님이 몰려드는 시간대라 일손이 모자란데도 잠시 쉬라는 지시에 감동을 받아 7개월을 더 일하고 이후에 재입사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알바생도 표준근로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점주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장려상을 받은 유지원 씨(21·여)는 파리바게뜨 한양대점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 점주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뒤 한 부씩 나누는 모습에 신뢰를 갖게 됐다. 유 씨는 “계약서 없이 말로만 고용하고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는 이전의 알바 업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며 “퇴근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행여나 초과근무를 하게 될 땐 단 10분, 15분일지라도 더 일한 시간을 급여에 반영해줬다”고 말했다.

알바생의 처지에선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는 업주에겐 좀처럼 기대할 수 없는 일들이다. 이런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착한 알바가 정착할 수 있다.

○ 꿈을 키워주는 착한 알바

알바는 미래의 진로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우수상을 받은 김명선 씨(23)도 알바를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 씨가 일하던 ‘팔당 시골밥상’은 음식점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던 그는 사장의 지원을 받아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진로도 레저관광경영학과로 결정했다. 김 씨는 “알바를 하면서 처음으로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내게는 사장님이 또 한 명의 엄마인 셈”이라고 말했다.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접수된 수기를 보면 청년들이 알바를 하면서 거창하고 대단한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대접을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착한 알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우리 사회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착한 알바 수기 공모전 당선자 ::

대상(동아일보 사장상)

정다희(20·여·제주회&감포막회 근무)

최우수상(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상)

김명선(23·팔당 시골밥상 근무)

박진주(24·여·이디야커피 시흥시화점 〃)

장려상(알바몬 사장상)

유지원(21·여·파리바게뜨 한양대점 근무)

최은아(21·여·돈돈현수막 〃)

김영조(21·㈜그린파워 〃)

김진수(24·삼성에버랜드 〃)

김한슬(20·세븐스프링스 원주AK플라자점 〃)

시지선(23·여·CGV강동 〃)

이유희(23·여·현송리소스 〃)

이호권(36·GS25 대림으뜸점 〃)

장재영(24·엔제리너스 대구월배점 〃)

최희종(21·행복을나누는도시락 〃)






박창규 kyu@donga.com·김민 기자
#착한 알바#수기#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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