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소장의 즐거운 인생 2막]‘평생현역’이라는 마음가짐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5분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입니다

“제 남편이 30년 넘게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얼마 전에 정년퇴직을 했어요. 그동안 직장일 하고 가족 부양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많지는 않지만 공무원 연금이 있으니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으니깐 이제부터는 남편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이 생각보다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한 달이 지나고 두세 달이 지나니깐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했어요. 제 남편은 아침에 양치질하고 나면 칫솔을 물에 씻어서 세면대에 ‘탁탁탁’ 치는 습관이 있거든요. 3개월쯤 지나니까 그 소리까지도 듣기 싫고 꼴 보기 싫어지더라니까요….”

얼마 전 제 아내가 잘 알고 지내는 전직 공무원 부인으로부터 들었다는 하소연입니다. 그분은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씨 좋은 사모님, 인자한 사모님으로 소문이 나 있는 분입니다. 그런 분인데도 이런 하소연을 할 정도이니 성격 나쁜 부인들은 어떻게 나올 것인지 남성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많은 남성들은 정년퇴직을 하면 그동안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던 아내와 외식도 하고 여행도 하며 오순도순 느긋한 노후를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합니다. 아내 또한 그런 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됩니다. 아내는 이제 남편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아닙니다.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떨면서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취미 활동을 하느라 바빠 예전처럼 남편을 돌보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남성들은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하게 됩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그토록 열심히 일해 온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를 생각하며 깊은 허무감에 빠져들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의 노후설계에서 돈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년 후의 시간을 무슨 일을 하면서 보낼 것인가에 대한 준비를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형편에 따라서는 수입을 얻기 위해 허드렛일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르는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은 취미 활동을 하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수입을 위한 일을 하든, 자기실현을 위한 일을 하든, 아니면 사회 환원적인 일을 하든 젊은 시절부터 준비가 필요합니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재테크가 아니고 ‘평생 현역’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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