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여전히 대외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중소형주가 투자자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주가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 경기 불안 등 해외변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반면 중소형주는 경기 민감도가 덜하다. 실적이 탄탄한 알짜 중소형주에 잘만 투자하면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쏠쏠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강세장에서 대형주 독주 현상이 지속되는 바람에 중소형주 가격 매력도 역시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당분간 중소형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꿈틀대는 중소형주
이달 들어(21일 기준) 코스피는 1,800 후반∼1,900 초반의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징적인 점은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간 동안 대형주는 5% 넘게 하락한 반면 중소형주는 각각 2.63%, 1.17% 떨어지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 살펴봐도 중소형주가 몰려 있는 섬유ㆍ의복과 음식료는 각각 1.55%, 3.48% 상승했다. 반면 대형주가 많이 포함된 전기전자는 2.61% 하락했으며 현대차ㆍ기아차 등이 포함된 운수장비는 4.62%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화학주는 6.19%나 하락했다.
대형주의 약세와 대비되는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는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비중 감소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7일 기준 코스피시장 상위 20개사 시가총액은 529조5179억 원으로 전체 시가총액 1065조2884억 원의 49.7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76%보다 0.05%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심지어 3분기에는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10대그룹의 순익이 대부분 전 분기에 비해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반면 코스닥시장의 상위 20개사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23.52%에서 24.22%로 0.70%포인트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와 관련해 중소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데다 박스권 지수 움직임에서 투자 전망이 유리한 측면이 컸다고 분석했다. 몇 년간 대형주 중심 장세가 이어지면서 중소형주의 가격 매력이 상승한 점, 8,9월 급락 장세에서 외국인투자가의 매도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점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대형주에 대한 투자매력이 떨어졌다”며 “한정된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면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이 효과적이어서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엔 대기업 주가가 하락하면 이 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올해는 다른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대·기아차 납품 외에도 거래처를 글로벌화하며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부품소재산업 등이 좋은 예다. 양해정 동부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완성품 경쟁력이 한국 대만 등 후발주자에 밀렸지만 부품소재 기업은 오히려 신흥지역으로 수출이 확대되며 고성장을 했다”며 “일본 부품소재 부문 성장경로가 한국에도 그대로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적 차별화 기업 중심으로 투자해야
중소형주의 강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가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대형주에 대한 투자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지수 흐름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형주 선호 현상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이후에도 선거를 앞두고 서민친화적 정책이 등장하며 중소형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개연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중소형주에 주목하는 것이 좋을까.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 내에서도 투자매력도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동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반도체, 미디어, 생활용품, 의류 및 내구재 업종은 내년 실적 모멘텀까지 차별적인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유망 업종”이라고 조언했다. 직접투자 대신 중소형주 펀드 투자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 최근 중소형주 약진에 힘입어 중소형주 펀드들의 1개월 수익률은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을 웃돌며 선전 중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 경제위기 등 글로벌 위험으로 대형주가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중소형주는 바이오 및 엔터테인먼트 붐 등으로 약진했다”며 “내년에도 유럽 경제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선거를 앞두고 중소기업 지원책이 예상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대형주 고전, 중소형주 강세’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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