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유세 인상 부작용 대책 세워야

  • 입력 2003년 11월 2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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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집에 사는 사람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한 보유세제 개편의 기본방향은 옳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무겁게 물린다는 원칙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급진적이고 허점이 많아 부작용이 우려된다.

보유세 과세표준을 대폭 올리면 가진 재산이라곤 집 한 채뿐인 실수요자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 특히 몇 푼 안 되는 연금이나 이자소득에 의지해 살고 있는 퇴직자들의 고통은 적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의 집 공급이 부족한 현실에서 보유세의 상당부분이 세입자에게 떠넘겨질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대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최종적인 보유세 과표 결정권은 기초자치단체가 갖고 있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보유세를 올리겠다고 해 봐야 실현되기 어렵다. 정부는 지자체의 협조를 구하되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는 서울 강남 집값을 잡자고 훼손해도 되는, 하찮은 가치가 결코 아니다.

양도세율의 급격한 인상도 부작용이 예상된다. 세금이 너무 많으면 편법과 탈법이 기승을 부리고 이를 단속하기 위한 행정비용도 증가하는 것이 동서고금의 예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세율을 낮추되 빠짐없이 공평하게 세금을 걷는 방향으로 조세제도를 바꾸고 있다. 이런 흐름을 거스르고자 할 때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 발표에는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취득세와 등록세 세율은 주택거래 신고제 시행과 동시에 낮춰야 한다. 세율을 낮추지 않고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과세할 경우 실수요자들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더구나 취득세와 등록세는 줄이겠다는 것은 정부가 당초 내놓았던 ‘로드맵’이 아닌가.

주택 공급이 늘고 기업 전망이 살아나면 부동자금은 자연스레 증권시장 등으로 발길을 돌린다.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가 올라 돈 빌려 집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는 소홀한 채 부작용 많은 세금대책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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