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6개월 걸릴 범죄분석 15일만에 뚝딱, 사기범 잡은 ‘AI 검사’

  • 동아일보

법조계 ‘AI發 지각변동’ 가속화… 검사가 수사 프로그램 직접 제작도
초임 변호사 채용 대신 AI 활용 늘어
‘가짜 판례’ 인용 등 부작용도 속출… “변호사가 직접 부정확 정보 걸러야”

법원과 검찰, 변호사 업계 곳곳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이 늘어나면서 AI발 지각변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검찰은 1000개가 넘는 음성파일을 AI로 분석해 범죄를 입증하고, 변호사 업계에선 초임 변호사 채용 대신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4년 전에 비해 채용 공고가 18% 줄어들었다. 동시에 AI가 만들어 낸 ‘가짜 판례’ 의견서를 법원에 접수시키는 부작용도 늘어나자 법원행정처는 ‘허위 사건번호 확인’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 “6개월 걸릴 작업량 15일로 줄어”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변호사 업계에 이어 최근엔 검찰 내부에서도 AI를 활용한 수사가 자리 잡고 있다. 대전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정원석)는 7일 다가구 주택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21명으로부터 보증금 25억5000만 원을 가로챈 최모 씨(42)와 공인중개사 임모 씨(43)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최 씨 일당이 주고받은 통화 녹음파일 1047개를 AI를 활용해 15일 만에 분석해 공모 관계 입증에 필요한 핵심 파일을 70개로 추렸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음성인식 기반 녹취록 작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결과다. 사건을 수사한 경범서 검사는 “기존 수사 방식대로 녹음파일을 일일이 들어보고 분석했다면 기초 자료 분석에만 6개월 넘게 걸렸을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오픈 소스를 활용해 AI를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사에 사용한 사례도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형걸)는 한 업체가 개발한 해외 쇼핑몰 구매대행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임의로 빼돌려 경쟁 업체에 넘긴 개발자 3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으로 지난달 기소했다. 수사를 맡은 손성민 검사는 내부망에서만 작동 가능한 오픈소스 기반의 LLM 모델 2개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든 뒤 이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100만여 건을 학습시켜 범죄 정황이 의심되는 대화만 추출해 냈다.

다만 반대로 AI를 범죄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월 부산지검은 AI로 위조한 통장 잔액증명서를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자료로 제출한 20대 남성을 구속 기소했다. 최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채널 운영자 김세의 대표도 AI로 조작된 음성 파일을 동원해 배우 김수현 씨를 비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 ‘어쏘 변호사’ 채용 대신 AI 쓰는 로펌들

AI로 인한 변화는 변호사 업계의 생존 문법까지 바꾸고 있다. 과거 ‘어쏘(신입) 변호사’가 밤새도록 도맡았던 수만 페이지에 이르는 소송 서류 분석과 서면 작성 등 기초적인 업무를 AI가 대체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변호사 채용도 줄어드는 추세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21년 3895건이던 변호사 채용공고는 지난해 3167건으로 약 1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공공기관의 변호사 채용공고 게시 건수도 24.7% 줄어들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어쏘 변호사를 채용하지 않고 AI를 활용하면 업무를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한 대형 로펌의 파트너급 변호사도 “최근엔 의뢰인 측에서 먼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변호사 인력 대신 AI를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만 변호사 업계에서 AI 활용이 활발해지며 ‘가짜 판례’ 인용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행정처는 올 2월부터 사법정보공개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허위 사건번호 확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건번호를 입력하면 ‘허위 정보일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뜨는 방식이다. 정혁주 대한변협 대변인은 “최근 AI 서비스가 많아지며 판례 검토 등 변호사 업무가 편리해지긴 했지만 의견서 작성 등 최종적인 검토는 변호사들이 직접 맡아 부정확한 정보를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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