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기 투자전략]<4>내재가치 우량주

  • 입력 2003년 3월 5일 18시 42분


코멘트
태평양의 주가는 2001년 초 2만6000원에서 작년 3월 18만5000원까지 7.1배로 뛰었다. 비슷한 시기 롯데칠성도 7만원에서 89만원까지 무려 10배 이상 치솟았다. 3만∼4만원의 박스권에서 맴돌던 신영와코루도 6개월 뒤 8만9000원까지 상승했다.

모두가 당시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과 함께 부풀어올랐던 인터넷 주식과는 상관없는 ‘따분한’ 주식들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이 기업의 ‘가치(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추자 무섭게 값이 올랐다. 생각을 바꾸면 주가수익비율(PER) 1∼2배짜리 주식이 12배로 뛰는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종합주가가 600 아래로 떨어져 가치에 비해 주가가 현저히 낮은 ‘초저평가’ 종목이 많아졌다. 하루 하루의 주가 등락에 승부를 걸기보다는 ‘알맹이’가 튼실한 종목에 투자한 뒤 시세가 분출될 때까지 기다리는 가치투자에 나서는 것을 검토해볼 때다.

▽숨겨진 내재가치를 읽어라〓주가가 자산가치나 수익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성패를 가른다.

회사가 가진 현금성 자산과 시가총액을 비교해 보는 것이 한 방법. 순유동자산(유동자산―총부채)에서 시가총액을 뺀 순현금(net cash)이 플러스(+)인 기업이 유망하다. 예컨대 주가는 6000원인데 순현금이 1만원인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의 주식을 사는 순간 4000원의 이익을 얻는 셈이다. 동양에레베이터 성지건설 세원화성 BYC 삼영무역 등은 순현금이 작년까지 플러스였다.

가치P&C투자자문 박정구 사장은 “미국에서는 순현금이 플러스인 기업을 찾기 어렵지만 한국은 장외악재에 따른 투자심리 불안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져 순현금이 플러스인 종목이 50여개나 된다”고 말했다.

PER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시장평균(각각 9.6배와 0.96배)의 절반 이하인 종목도 눈여겨볼 투자 대상. 고려개발 동성화학 삼환기업 대한전선 등의 PBR는 0.3배도 안 된다. 신일건업의 주당순자산은 1만2725원인데 주가는 2015원에 불과하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본부장은 “주가는 장기적으로 가치에 수렴한다”며 “PER와 PBR가 낮은 종목 가운데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 유망하다”고 밝혔다.

▽인동초 같은 인내가 필요〓문제는 주가가 언제쯤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 제자리를 찾느냐는 것. 기다림의 고통 때문에 가치투자로 성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값이 폭락하는 주식을 붙들고 태연함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치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이 월스트리트 대신 고향인 오마하에 숨어 사는 것은 매매 유혹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기업 가치가 아무리 좋아도 주가는 시장이 관심을 보여야 오른다”며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다림에 지쳐 중도에 팔지 않으려면 배당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아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뜻이다.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요 상장기업 (단위:억원, 배, %,원)
회사순이익(2001)순이익(2002)PERPBR배당수익률배당금
20012002
고려개발107.8113.32.60.218.6400400
경동도시가스150.2148.82.70.336.78501000
미창석유공업48.170.22.90.408.1650800
대한전선505.3632.73.00.2710.5500500
동일방직184.8194.03.00.258.925001750
화신71.683.53.00.329.67575
신일건업39.667.63.10.169.9200250
동일패브릭17.418.53.40.427.8600600
삼환기업154.0148.03.50.158.7400450
중외제약111.1118.03.80.329.6650650
한국수출포장공업64.960.64.00.249.1600600
신대양제지58.189.64.10.3517.610001000
태림포장공업48.652.04.10.188.9250250
아세아제지69.7114.44.30.238.0400500
동성화학59.4161.74.40.227.2500600
동원에프앤비132.4278.04.80.427.415001500
PER와 PBR는 2001년 실적 기준 자료:동원투자신탁운용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