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피플]코오롱건설 민경조 사장

  • 입력 2002년 5월 14일 17시 24분


논어를 즐겨 읽고 프로야구에 열광하며 직원과 인터넷 채팅을 즐기는 최고경영자. 코오롱건설 민경조(閔庚朝·59·사진) 사장이다.

그의 회사 경영방침은 독특하다.

‘가족애보다 끈끈한 동지애로 뭉친 조직을 만든다.’

수익 극대화와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디지털경제 시대에 아날로그 시대의 단어인 ‘동지애’를 강조한다는 게 낯설다.

“20년간 코오롱건설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10년간 위기상황이 이어졌습니다. 한때는 회사가 정리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고초를 묵묵히 이겨낸 직원들에게 보상해주는 차원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다. 회사 발전에 헌신적으로 노력한 임직원의 사진을 걸어놓고 그의 공적을 기리자는 취지.

또 뛰어난 업무실적을 보인 직원들에게 99년부터 1000만원의 상금과 20점의 승진포인트를 주는 ‘에이스 플러스’라는 제도도 도입했다.

직원들의 기(氣)를 살려주려는 민 사장의 노력은 결실을 보고 있다.

매출액이 2000년 698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9969억원으로 43%, 영업이익은 308억원에서 479억원으로 56%가 증가했다. 2000년까지 적자였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에는 17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회사채 신용등급도 최근 BBB-에서 BBB로 한 단계 올랐고, 지난해 말 311%에 달하던 부채비율도 200% 이하로 낮춰질 전망이다.

코오롱은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주택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민 사장은 “수도권보다는 부산 전주 등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환경 관련 분야로 사업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연내 폐타이어를 건축자재나 타이어 원부자재 등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하반기 중에는 상업화할 수 있을 겁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합을 실천으로 보여주며 회사 운영에 반영해 나가는 민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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