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활성 백토-탄산칼슘 석회석 각광

  • 입력 2002년 11월 26일 17시 54분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동해화학공업이라는 회사가 있다.

공장 마당에는 논흙 같은 게 보인다. 한편에 쌓여 있는 거무스름한 것들은 돌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손으로도 쉽게 부서진다.

이것은 흙이다. 이 흙은 신생대 3기 지층에서만 나오고 국내에서는 경북 경주 감포 등 일부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활성 백토(白土)’. 입자에 작은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어 식용유 제조 과정에서 냄새와 색깔을 빨아들이는 흡착제로 쓰인다.

인체에 나쁜 영향이 없어야 하므로 다른 대체물질도 없다. 동해화학은 국내 식용유 흡착제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석유화학 제품 중 BTX(벤젠 톨루엔 크실렌)의 정제용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BTX 정제용 제품의 지난해 국내 수요는 1만t(약 80억원)으로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흙과 돌가루가 첨단 소재로〓올 9월 말 기준 국내 금속 비금속 광물의 해외의존도는 85%가 넘고,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금속광물은 자급률이 0.2%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해외에서 수입하던 ‘광물 가공제품’을 국내에서 생산,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는 업체들이 있다.

이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쓰임새가 점차 넓어지고 고부가가치화해 ‘첨단 신소재’로 바뀌고 있다.

대한광업진흥공사도 ‘광산 벤처기업’에 대한 기술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해화학공업은 그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 정만수(鄭萬洙) 상무는 “석유화학 제품 정제용은 국내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고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어서 식용유 정제용에 이은 주력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엔 우진케미칼이란 기업이 있다. 탄산칼슘(HB3)이 주성분인 석회석이 원자재다. 석회석 원석(原石)을 미세한 분말로 빻은 ‘중질 탄산칼슘’의 쓰임새는 세계적으로 200가지가 넘는다.

플라스틱 타이어 등 고무제품, 페인트 종이 유리 염료 등은 ‘순백도 97% 이상인 중질 탄산칼슘’이 없으면 형체를 유지할 수 없다. 플라스틱은 모양이 유지되지 않고, 강도가 나오지 않는다. 페인트 등 염료는 도막(塗膜)을 유지하지 못하고 흘러내린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이 제품은 우진케미칼 등 국내 업체가 가공기술을 국산화해 페인트용, 제지용, 전선 피복용, PVC용 등 차례로 제품을 개발해 수입대체되고 있으며 한해 국내 시장 규모는 2000억원이 넘는다.

우진케미칼 김정호(金正浩) 사장은 “최근에는 연기에서 황을 제거하는 기능도 있는 것으로 밝혀져 ‘탈황 보조제’로 쓰이기 시작했으며 시장 규모는 급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술 진전과 응용분야의 확산〓입자 지름이 약 44㎛(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인 식용유 정제용 활성 백토 1g에는 많은 구멍이 나 있어 표면적이 240∼300㎡나 된다.

이 업체 황종성(黃鍾聲) 차장은 “활성 백토의 수분 함량과 산가(酸價) 입자크기 표면적 크기 등을 필요한 제품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며 “앞으로 식용유와 BTX 등 석유화학 제품의 정제용은 물론 의약품 화장품(피부의 이물질을 빨아들이는 기능) 공업용 등으로 용도가 넓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 차장은 특히 “활성 백토가 무기물이지만 유기물과 잘 섞이는 성질을 이용해 선진국에서는 알코올 벤젠 등과 섞어 만든 ‘오가노클레이(Organoclay)’라는 신소재를 만드는 기술개발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오가노클레이의 쓰임은 자동차의 내외장재, 가전제품의 몸체, 타이어, 벨트, 식품포장 용지, 필름 등 다양하다는 것. 오가노클레이를 쓰면 무게가 가벼워지면서도 탄력성이 높아지고 부식이 안 될 뿐 아니라 불에 잘 타지 않는 등 기능이 강화된다. 가격은 기존 원료의 몇 %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진다.

‘중질 탄산칼슘’은 쓰임에 따라 입자 크기를 정확하게 부수고 같은 크기의 입자끼리 분류하는 것이 핵심 기술.

이 회사 김 사장은 “입자 크기가 ㎛급이어서 분류하기 쉽지 않으며 조금만 달라져도 첨가되는 제품의 품질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분류 공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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