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초보탈출]급격한 주가변동땐 '갭' 발생

  • 입력 2000년 4월 26일 18시 57분


지난 17일 미국증시 폭락여파로 우리 주식시장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시장 ‘피의 금요일’이 국내의 ‘블랙 먼데이’로 이어진 것. 하루동안 93포인트 이상 떨어져 700선을 겨우 지킨 종합주가지수는 아직까지 제 자리를 찾지 못한다.

차트를 들여다보며 향후 주가를 예측하는 기술적 분석가들은 이날 발생한 ‘갭(gap)’에 주목한다.

갭이란 주가가 어느날 갑자기 폭등하거나 폭락함으로써 나타나는 차트상의 빈 공간(그림). 돌발악재 또는 예기치 못했던 호재로 전날 가장 낮은 가격보다 더 하락하거나 전날 최고가보다 더 오를 때, 즉 추세대를 이탈할 때 발생한다.

주가는 속성상 전날 저가(低價)와 고가(高價) 사이에서 시작돼 연속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이 보통. 그러나 지금까지 유지돼던 ‘사자’와 ‘팔자’간 균형이 깨지면 갭이 생긴다.

수급측면에서 보면 갭은 특정 가격대에서 거래가 성립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갭이 발생한 가격대는 앞으로 지지선 또는 저항선의 역할을 한다. 즉 상승추세에서 발생한 갭은 지지선, 하락장에서의 갭은 저항선이 된다.

예컨대 종합주가지수가 800에서 700으로 급락한 지난 17일 폭락장에서 발생한 갭은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가 조금 오를라치면 당시 싼 값에 주식을 사들인 투자주체들이 단기차익을 노린 매물을 쏟아내고, 그 때 주식을 팔지 못한 사람들도 ‘손실을 줄였다’는 안도감에 매도주문을 내놓기 때문.

시간이 흘러 투자자들이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게 되고 주가가 싸다는 인식이 확산돼 매수세가 형성되면 갭은 메워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갭을 메꾸지 못하면 새로운 추세대가 고착화할 수도 있다. 주가수준이 갭 발생 이전보다 한 단계 내려앉는 것.

당국에서 증시부양을 겨냥, 투신권 공적자금 투입 등 연일 호재를 내놓고 있지만 지난 17일 발생한 갭은 아직 요지부동. 좀 더 큰 재료가 나와야 저항선을 상향돌파할 수 있을 듯하다.(도움말〓하나경제연구소 장세현 연구위원)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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