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이내창씨 안기부원과 동행" 진상규명위

  • 입력 2002년 1월 10일 17시 59분


89년 8월15일 전남 거문도 유림해수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이내창(李來昌·당시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씨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직원과 동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김형태(金炯泰) 제1상임위원은 10일 ‘이내창 의문사 진상조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통해 “(안기부 여직원과의) 동행 여부를 입증하는 진술을 확보하고, 경찰 수사 결과와 배치되는 사실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이씨가 거문도에 간 이유를 밝혀줄 결정적인 단서였던 안기부 직원의 동행 여부와 관련해 “거문도 다방에서 일한 최모씨(여)에게서 이씨가 안기부 여직원 도모씨와 함께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씨는 사건 당시 경찰 수사에서 동행했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한 것과 관련해 “당시 너무 많은 사람이 질문해 피하고 싶었다”고 진술 번복 이유를 밝혔다고 김 위원은 전했다.

위원회는 거문도 현지 주민 600여명을 면담한 결과 사건 이틀 전과 당일에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힌 기관원 7명이 거문도에 머무른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사인에 대해 위원회는 법의학자들에게 이씨의 부검 결과를 보여주고 자문한 결과 플랑크톤이 몸 전체 장기에서 골고루 검출되는 일반적인 익사와 달리 이씨의 경우 폐에서만 검출된 ‘비전형적인 익사’라는 답변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실족 현장을 조사한 결과 부근 바위들이 실족할 정도로 미끄럽지 않아 ‘실족에 의한 익사’ 가능성은 낮고 이씨 머리에 두피박탈 및 피하출혈을 동반한 부상을 일으킬 정도로 바위들이 날카롭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이씨 죽음의 타살 여부와 타살됐다면 누구에 의해서인지 등은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이씨가 학생회 문제 등으로 고민하다 머리를 식히려고 거문도에 갔다가 바닷가 바위에서 실족해 익사했다고 발표했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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