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국정조사]與野 “무너진 외교안보 대수술”

  • 입력 2004년 6월 27일 18시 48분


코멘트
김선일씨 피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의 목표는 외교안보 라인 전반의 시스템 점검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7일 이번 사건의 배경이 ‘총체적 외교안보 부실’에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폭 넓고 심도 깊은’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여당이 외교체제를 전면 수술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청문회나 국정감사 및 조사 등에서 자주 보였던 여당의 수세적인 자세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이번 사건을 느슨하게 다룰 경우 회복 불능의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는 열린우리당측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정조사는 우선 외교통상부가 AP통신으로부터 김선일씨 피랍 여부에 대한 문의를 받았던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는지를 따지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의 근무 관행상 사무관급 직원이 유수의 통신사가 제기한 재외교민 실종 문제를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여야 외교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또 외교관의 현지 언어 구사 능력을 포함해 외교 인프라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도 파악할 예정이다.

외교관 출신인 열린우리당 정의용(鄭義溶) 의원은 “전문성을 키우기보다는 선진국 근무만 하려고 하는 외교관들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며 “특정 분야 및 지역의 전문가로서 기여할 수 있다는 사명감을 일깨울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선 외무고시 위주의 외교관 선발 과정에도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전략적 판단 능력도 국정조사 대상이다.

한나라당 국정조사특위 위원으로 내정된 황진하(黃震夏) 의원은 “파병 강행 방침을 굳이 이라크 무장단체가 정한 김씨 살해 시한 내에 발표해서 얻을 게 뭐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시간을 벌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대테러 작전수행 능력과 정보 수집력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정원이 중동지역 등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미국 등 우방국의 정보기관과 원활한 정보 교류를 하고 있는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외교부와 NSC 국정원 등을 상대로 불안한 한미동맹 관계가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집중적으로 따질 예정이다.

국정조사특위는 또 국방부의 정보력도 점검하게 된다. 조사 대상은 주로 이번 사건을 전후해 미군 당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전달받았는지와 전달된 정보를 외교부 NSC 등과 효과적으로 공유했는지 여부 등이다.

한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7일 원구성 협상과 무관하게 국정조사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양당은 일부 상임위원장 배분과 예산결산특위의 상임위 전환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앞으로 상당 기간 원구성 협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가나무역 김선일씨 피랍 살해 사건 국정조사 대상(잠정)
조사 대상 부처 및 기관조사 내용
외교통상부-AP통신의 김선일씨 실종 문의 조직적 은폐 여부-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김씨 살해 관련 허위 보고 여부-재외교민 관리시스템 실태 -한미 공조 이상 여부-외교관의 현지어 구사 능력
국가안전보장회의(NSC)-성급한 파병 방침 확인 등 전략적 판단 착오 여부-대테러 대책 및 정보력 -국가정보원 외교부와의 원활한 정보교류 여부-한미 공조 이상 여부
국가정보원-대테러 대책 및 정보력-미국 등 외국 정보기관과의 협조체제 -NSC 외교부와의 원활한 정보교류 여부-사건 발생 후 정보수집 실태
국방부-미군으로부터 김씨 피랍 사실 전달받았는지 여부 및 전달시점 -NSC 외교부와의 관련 정보 교류 여부-이라크 주둔 미군에 파견된 한국군 연락장교의 역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