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력은 우리도 충분하다”13개 복구품목 상세히 주문

  • 입력 2004년 4월 27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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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27일 평북 용천역 폭발사고의 피해 복구를 위한 회담 석상에 마주 앉았다. 남북의 구호회담이 열린 것은 1984년 남측 대홍수에 북측이 쌀 시멘트 지원의사를 밝혀 판문점에서 회담이 열린 지 20년 만의 일이다.

이날 회담에서 남측 대표단장인 홍재형(洪在亨)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국장은 “인도적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돕겠다”며 “신속한 지원을 위해 육로·해로·항공로 구분 없이 길을 열어 달라. 기술인력 의료 인력도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북측이 요구해 온 구호품의 선박 운송에 꼬박 이틀이 걸리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28일 낮 첫 구호물자를 실은 선박이 인천항을 떠나더라도 이 물자는 접안-하역-트럭 수송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 뒤 사고 발생 1주일 만인 29일 밤에야 이재민들에게 전달될 전망이다.

북측은 이날 회담에서 평양 순안공항, 평북 용암포 등 관문을 개방하는 제안을 일축했고 북측 주민들과의 접촉이 가능한 남측의 인력지원 제안에 대해서도 “인력이 충분하다”며 거절했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 직전 기자들에게 “북측이 병원선 지원을 거부한 것은 병원시설이 없다는 점을 드러내기 싫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피해복구를 위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13개 품목은 상세히 제시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요구한 수량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북측 요구를 상식적인 선에서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북측이 폭발 현장인 용천군에서의 1차적인 응급대책보다는 2차적인 시설복구 작업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북측은 이날 회담장에서 “응급약품은 (남측이 남포항을 통해 100만달러어치를 제공하면) 기초수요가 해결된다”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북측이 주택건설, 철도보수 등 2차 복구를 하기 위해선 남측에 요구한 시멘트 불도저 디젤유 등을 지원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27일 현재 용천군에선 주택 1800여채 및 공공건물 12개동이 부서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84년 수해 때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북한이 식량을 지원했다”며 “긴급 지원사항은 먼저 제의하고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용천역 사고복구를 위한 예산으로 책정한 30억원을 전액 남북협력기금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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