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변호사들,위증-변명 부추겼다

  • 입력 1997년 5월 1일 19시 54분


국회 한보청문회는 시민단체들로부터 「D학점 이하」라는 참담한 평가를 받았다. 국민이 갈망했던 한보의혹의 진실은 거의 드러나지 않은채 거짓과 비겁만이 판을 쳤기 때문이다. 청문회가 실패로 끝난 직접적인 책임은 「주연(主演)」에 해당하는 증인들에게 있다. 이들은 자기 한 몸 살기 위해 진실을 털어놓아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변명과 위증으로 일관했다. 증인들의 「연기(演技)」를 지도한 변호인들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변호사법은 「기본적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변호사를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변호인에게는 청문회 증인들이 인권침해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줄 의무와 함께 사회정의 실현, 즉 진실규명에 협력할 사회적 의무가 주어져 있다. 한보특위 위원들은 실질적인 조사권한이 없어 증인들의 거짓말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변호인들이 증인의 위증을 부추기기도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청문회의 증인 38명은 대부분 변호사를 선임했다. 특히 金賢哲(김현철)씨를 비롯한 핵심 증인들은 K, 또다른 K, H, L변호사 등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들 변호사는 증인들과 수시로 만나 예상 질문서와 답변서까지 주고 받으며 「실전」에 대비했다. 일부 변호사는 청문회장에 직접 나와 증인의 답변을 지도했다. 증인이 흥분해 「실수」라도 할 기미가 보이면 바로 제지하는 기민함을 보이기도 했다. 현철씨 등의 변호인 선임 의뢰를 받았다가 거절한 C변호사는 『현철씨도 인권이 있는 만큼 일을 돌봐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국민의 알권리가 더 중요한 것 같아 정중하게 사양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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