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가격보다는 내게 꼭 맞는 보청기를 찾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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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원장의 보청기 길라잡이

김성근 원장이 난청으로 내원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김성근 원장이 난청으로 내원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귀가 멀어지면 사람도 멀어진다.” 이것은 아마도 많은 분들이 보청기를 찾는 이유일 것이다. 국내 난청 인구수는 17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스스로가 난청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를 고려한다면 국내 난청 인구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중에 불과 15%인 30만 명 정도가 2013년을 기준으로 건강보험을 통하여 난청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청기를 통한 난청 치료를 미루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내 난청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말을 웅얼거린다” “보청기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 정도로 추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에서 보청기에 대한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올려서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필자도 읽어 본 기억이 있다. 영어에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란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책의 내용은 그 표지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라는 말이지만 “무엇인가의 가치를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보청기도 예외는 아니다. 보도자료의 내용을 보면서 마치 냉장고나 세탁기의 성능 품질 비교를 연상하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보청기의 성능과 품질은 그 내용 (즉, 말소리처리기능, 소음감소기능, 피드백 처리기능, 말소리 증폭 알고리즘, 양이통신기능, 음악 및 그 밖의 주변 환경의 소리처리기능 등)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중에 가장 이슈가 된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보청기 제품별로 보청기 사용 시 실제로 전지수명시간이 다를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보청기 착용자들에게 있어서 보청기 제조사가 제시하는 ‘제품성능 표시치’에 명시된 수백 단위를 넘어가는 전지수명시간은 매우 낯설고 무의미한 숫자다. 왜냐하면 실제 보청기 전지수명시간은 전지에 표시된 용량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

제일 큰 변수는 보청기 사용 시 △볼륨의 설정 △청력손실에 따른 보청기의 출력요구 △난청인의 생활환경 △보청기의 소리처리와 소음감소기능 등의 사용 여부 △습기제거기의 사용 등을 들 수 있다. 책의 내용도 그 표지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되며 보청기의 내용도 그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선진국에서는 보청기에 대한 난청인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다. 그만큼이나 난청인들의 보청기에 대한 지식도 놀라운 수준에 이른다. 그에 비하여 국내에 보청기의 성능 및 품질에 관한 정보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며 난청인들이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판매자가 주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보청기의 하드웨어 제품 사양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그 보청기가 정말 자신의 청력환경에 꼭 맞는 보청기인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다채널 보청기는 난청의 초기에, 즉 인지력이 정상범위에 들고 경도나 중등도의 난청이면서 나이가 젊은 경우에 특히 효과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의 올바른 미세조정이 없다면 작은 소리만 크게 키우고 큰소리는 줄이지만 말소리 음소의 미세한 구조는 파괴할 수도 있다.

특히 노인성 난청과 고도·심도 난청 그리고 기억력·인지력에 문제가 있거나 문장이해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다채널 자체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 말이다, 난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보청기의 가격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청력 상태와 소리 환경에 꼭 맞는 보청기를 찾는 것이다. 보청기는 구입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나에게 꼭 맞는 보청기를 청력 회복에 필요한 요구조건으로 최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청력 모니터링을 통해 난청의 진행을 감시하고 청력회복에 있어서의 보청기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음향학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인가의 가치를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진정한 보청기의 가치는 자신에게 꼭 맞는 보청기를 자신의 청력환경에 꼭 맞게 찾아가는 과정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
#보청기#난청#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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