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일곱살 여행 - 태국 파타야 시내 편

  • 입력 2016년 7월 12일 15시 43분


코멘트
몇 년 전 어느 날, 박선아님의 ‘일곱살 여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곱살 딸아이와 단 둘이 80일간의 유럽여행을 했던 엄마의 이야기로서,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하고 깨닫고 또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한번쯤은…’ 결행해보리라 마음먹었지만 꼼짝없이 회사에 묶인 몸이라 1주일 휴가도 감지덕지한 내게 현실적으로 불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 난 몇 달 후, 내게도 기적처럼 2주일의 휴가가 주어졌다. 나는 이 황금같은 시간을 2012년 12월 당시 일곱살이던 나의 첫째 딸 지효와 단둘이 여행하는 데 쓰기로 했다.

꿈은 이뤄진다 … 직장에 매인 몸, 기적처럼 딸과 여행 성사

한국 나이로 일곱살은 미취학 아동이다. 여행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한없이 어린 나이다. 다행히 딸은 더 어린 나이에도 비행기 타고 태국보다 가까운 외국 휴양지를 다녀온 터라 태국 정도는 괜찮다 싶었다.

2주일의 꽤 긴 기간이라 솔직히 대학생 때 못 가본, ‘일곱살 여행’이란 책의 무대인 유럽으로 떠나고 싶은 욕심이 났다. 하지만 유럽은 비행시간이 10시간 이상으로 길고 계절이 겨울이라 일곱살 아이에게는 힘들 거라는 판단에 가깝고 따듯한 동남아로 방향을 바꾸었다. 게다가 아빠와 아직 어린 딸, 단둘이 가는 여행은 대한민국 어느 아빠에게나 생소한 것이기에 여행인프라가 잘 구축된 태국이 불편하지 않은 여정을 약속할 것이라 판단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 있는 입헌군주국으로서 주변 국가 중에서는 드물게 다른 나라의 식민지배를 겪지 않은 나라이다. 공식언어는 태국어지만 워낙 관광산업이 발달해 수도인 방콕 등 외국 여행자들이 즐겨 방문하는 지역에서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국교는 불교로서 이곳 저곳에서 태국식 불교 사원과 승려들을 볼 수 있다. 일년 내내 무더운 열대 기후지만 11월에서 2월까지의 겨울은 상대적으로 덜 덥다. 낮에는 30도 이상의 더위가 계속되지만 밤과 아침에는 20도 내외까지 기온이 떨어져 비교적 쾌적하다. 한국인은 관광 목적으로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우리는 첫날 저녁 비행기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2006년 이후 방콕의 신국제공항이 된 수완나품공항에 안착했다. 인근 통타리조트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수완나품 공항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 동안 방콕, 파타야,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근교를 둘러본다는 계획을 잡았다.

공항에서 바로 출발하는 파타야행 오전 11시발 고속버스를 탔다. 한국의 일반적인 고속버스만큼 쾌적했다. 전날 탔던 저가항공 좌석보다 오히려 더 편안했을 정도다. 소요시간은 1시간 반~2시간. 파타야에서는 버스터미널이 아니라 북부·중앙·남부 파타야 교차로(North Pattaya Intersection, Central Pattaya Intersection, South Pattaya Intersection) 등에서 내려주므로 사전에 버스 웹사이트(http://www.airportpattayabus.com/)의 안내를 보고 간 게 도움이 됐다.

우리는 중부 파타야 교차로에서 내렸다. 파타야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썽태우(트럭을 개조해 화물 대신 사람이 탈 수 있게 만든 태국의 일반적인 교통수단)를 탔다. 지역마다 썽태우 운행 형태가 조금씩 다른데, 파타야에서는 한국의 일반적인 노선버스처럼 정해진 노선을 다닌다. 태사랑(http://thailove.net) 등 태국 정보 웹사이트에서 수집한 썽태우 노선도를 숙지한 터라 큰 어려움 없이 파타야 중부도로를 달려 목적지인 파타야 제2도로와 만나는 교차로에 도착했다.

내린 곳이 번화가 듯해 일단 밥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슬슬 둘러보는데 인도인 거리인지 인도식당이 많이 보인다. 인도음식을 사랑하는 딸에게 슬쩍 물어봤더니 바로 오케이. 한국에서도 인도음식점 가면 즐겨 먹던 팔락 파니르 (시금치 치즈 커리)를 하나 시켜 나눠 먹었다. 파니르 치즈 씹는 쫄깃한 맛이 끝내줬다. 커리와 함께 먹으려 주문한 인도식 빵인 난 2접시에, 입가심으로 요구르트 음료인 라씨까지 다 해서 348밧(한화 만원 내외)이 나왔다. 태국까지 와서 웬 인도음식이냐 할 수도 있지만 한국 어디에서 이 가격에 이정도 맛있는 인도 음식을 먹을 수 있으랴!

호텔에 도착해 처음으로 한 것은…?

잡아놓은 파타야의 싸바이 윙 호텔은 교통이 편리했다. 길 건너 3분 거리에 빅씨(대형 마트)가 있고, 파타야 제2도로와 해변도로 사이에 있어 썽태우 이용도 편리하다. 무료 와이파이에 수영장도 두 개 있어서 아이와 놀기 나쁘지 않았다. 비수기에는 1500밧 정도 하는 호텔인데 성수기라고 1900밧을 받았다. 파타야가 유흥관광지인 만큼 더 비싼 곳으로 잡을걸 그랬나 걱정했지만 수영장에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도 많이 보이자 안심했다.

체크인 하자마자 수영복부터 챙겨 아이를 수영장에 풀어 놓았다. 수영장이 그늘져서 약간 서늘했지만 아이는 신나서 놀았다. 더운 나라 여행지에서 아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수영장 만한게 별로 없다. 나중에 알고보니 옆에 양지 바른 수영장이 하나 더 있었다. 그래서 꼬란섬으로 나갔던 여행 둘째 날은 건너 뛰고 셋째 날에는 오전에 체크아웃 직전까지 볕 좋은 수영장에서 실컷 놀게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보호자인 나도 편하거든. 다음 편에서는 파타야 앞 바다 꼬란 섬에 다녀온 이야기를 이어볼까 한다.

글 = 유강희 여행칼럼니스트 kanghi.yu@g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