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한미약품, ‘제약 신화’ 또 쓴다… 폐암 혁신신약 ‘올리타’ 6월 국내 첫 시판

  • 동아일보

20일 서울 중구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내과 전문의)이 폐암혁신 신약 ‘올리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음 달 국내에 출시되는 올리타는 기존 폐암 치료제에서 생긴 내성을 극복할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20일 서울 중구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내과 전문의)이 폐암혁신 신약 ‘올리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음 달 국내에 출시되는 올리타는 기존 폐암 치료제에서 생긴 내성을 극복할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제약강국 한국’의 신화를 다시 쓰기 위한 신호탄이 발사됐다.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로는 최대 규모인 5조 원대의 당뇨병 치료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던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내성 표적 폐암 혁신 신약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정을 다음 달 초 국내에서 처음 시판한다고 24일 밝혔다.

“올리타, 폐암 환자들에게 희소식”


올리타는 기존 폐암 치료제에서 발현되는 내성을 극복한 신약이다. 의료계에선 올리타 출시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동안 비소세포폐암 환자 10명 중 6명은 ‘T790M’이라는 단백질이 변이돼 기존 표적항암제에 내성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기존 1세대 치료제로는 단백질 변이를 막는 데 한계가 있었고, 2세대 치료제는 정상세포를 죽이는 부작용이 약점으로 꼽혔다. 이 분야 전문의들은 올리타가 기존 1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티로신키나제 억제제(EGFR TKI)에 내성이 생긴 T790M 변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삼성병원 박근칠 혁신항암연구기관장(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올리타의 출시는 진일보한 결과로, 기존 환자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옵션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올리타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출시됨에 따라 환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환자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 옵션도 검토 중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올리타의 주성분인 올무티닙과 관련해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7억3000만 달러(약 8600억 원) 규모로 한국과 중국, 홍콩을 제외한 전 세계 지역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 신약 허가를 받더라도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 다시 임상시험 등 개발·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처음부터 글로벌 역량을 갖춘 파트너사와 함께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신약개발의 핵심은 속도전”이라며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상업화 가능성은 파트너사를 통해 높이는 것이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생명과학기업 자이랩(ZAI Lab)이 올무티닙의 중국 지역 판권을 획득하며 이 분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무티닙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시작된 것은 2014년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종양임상학회(ASCO)에서였다. 지난해에는 폐암 환자에게 하루 한 번 올무티닙 800mg을 투여한 결과 대상자의 91%가 질환 조절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유럽종양학회(ESMO) 아시아’에서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따라 올무티닙은 지난해 12월 국내 개발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됐다. 혁신치료제 지정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을 치료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 후보물질을 신속히 허가해주는 제도다. 글로벌 신약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내과 전문의)은 “폐암은 암 중에서도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것으로 꼽힌다”며 “올리타가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나아가 국내 첫 글로벌 혁신 신약으로서 제약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약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파트너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리타를 2017년 세계 각국에서 허가받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상 시험을 토대로 올해 안에 유럽의약품청(EMA)과 미국 FDA에 허가 신청서를 낼 방침이다.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제약강국’의 출발점”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연구개발(R&D)비 투자 규모가 가장 크다.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사 최초로 10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엔 1871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총 8조 원대 규모의 기술 이전 성과를 낸 것도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 덕이다. 처음부터 올리타와 같은 혁신 신약의 개발을 시도한 건 아니다. 한국 제약업계 환경을 감안해 △개량신약 △복합신약 △신약으로 단계적으로 이어지는 전략을 구축한 결과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신약 개발 및 기술 수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한미약품은 지난해 차세대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HM71224’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협력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제약사 간의 협력을 넘어 정부, 제약기업, 바이오벤처, 대학 및 연구기관이 하나로 뭉친 대형 신약개발 협력이 비결이었다. 정부가 2020년 글로벌 제약 7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발표한 ‘Pharma 2020’ 비전의 가장 큰 가시적인 성과였다.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은 투약 용량은 최소화하고 약효는 길게 지속시키는 개념의 바이오 신약과 차세대 표적항암제 중심의 항암제, 치료 효율을 극대화한 복합신약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진행하는 R&D 프로젝트만 28건이다. 향후엔 당뇨병과 비만, 자가면역 질환 분야에 R&D 노하우를 집중할 예정이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성장 분화하게 하고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 티로신키나제 억제제(EGFR TKI)는 EGFR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매개 효소로 알려진 티로신키나제를 억제해 암 세포의 생존 증식 전이를 막는 약물을 일컫는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health&beauty#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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