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커 트레이닝은 신뢰·약속·대화의 훈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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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21일 1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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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입양하기 전에 견종 지능 순위를 봤어요. 최하위는 아프간하운드였고, 보르조이는 끝에서 몇 번째? 순간 도전의식이 생기더라고요. 훈련 안 된 보더콜리보다 나은 보르조이를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아가씨. 당차다.

조그만 체구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열정은 누구 못지않다.

반려동물 트레이닝에 대한 갖가지 낭설과 오해를 한 방에 날려버린 그녀. 서지형 클리커 트레이너를 햇볕 따스한 봄날 석촌호수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크림색과 갈색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보르조이와 함께 나타난 그녀는 아직은 좀 생소한 ‘클리커 트레이닝’ 전문가다.

“중학교 때부터 뉴질랜드에서 공부했어요.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 입학했고요. 직장 생활도 좀 했는데… 어느 순간 ‘더 늦으면 반려동물에 관한 공부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히 퇴사하고 클리커 트레이닝 공부에 나섰죠.”

클리커 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는 2년. 하지만 아주 알차게 공부했다. 서 트레이너는 미국으로 건너가 클리커 트레이닝의 창시자인 카렌 프라이어의 아카데미에서 클리커 트레이너 과정(Certified Partner Trainer)을 이수했다.

◇“클리커 트레이닝은 곧 신뢰”

클리커 트레이닝이란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출발한 과학적 반려동물 학습법으로 ‘클리커’라는 도구를 이용해 원하는 행동을 끌어내는 교육방법이다. 예를 들어 “앉아”라는 지시를 했을 때, 반려견이 앉는다면 그 즉시 클리커로 딸각하는 소리를 내고 간식 등의 보상을 주는 방법이다.

서 트레이너에게 클리커 트레이닝에 관해 물어봤을 때, 가장 먼저 나온 단어는 ‘신뢰’였다.
“클리커 트레이닝은 동물과 사람이 신뢰를 쌓는 과정이에요. 클리커는 단순한 도구이지만, 또한 ‘약속’이에요. 정확한 타이밍에 특별한 소리로 지금 하는 행동이 보상을 얻을 것이라는 반려동물과 저와의 약속인 거죠.”

클리커 트레이닝의 핵심은 반려인이 원치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잠깐 무시해 빈도를 줄이고,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 보상과 칭찬을 퍼부어 그 행동을 더 많이 하게 하는 것이다. 서 트레이너는 이 과정을 ‘대화’라고 표현했다.

“개는 사람의 관심을 매우 원하는 동물이죠. 원치 않는 행동을 했을 때 무관심으로 대답하고,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 칭찬이나 스킨십으로 대답하는 셈이지요. 또 잘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트레이닝 하다 보니까 저 역시도 좋은 것을 더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답니다.”

◇ “클리커 트레이닝으로 햄스터도 교육할 수 있어”

그렇다면 기존 트레이닝과 클리커 트레이닝이 다른 점은 뭘까? 서 트레이너는 이렇게 답했다.
“기존의 반려견 교육 방법은 대체로 길들일 수 있거나, 신체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동물에만 사용할 수 있었지요. 클리커 트레이닝은 원래 돌고래를 교육하는 방법이었어요. 그게 반려동물 전반으로 확대된 거죠. 이 교수법은 각 개체가 학습하는 방법에 맞춰 트레이닝합니다. 그래서 어떤 동물인지에 대해 구애받지 않아요. 강아지, 고양이, 기린, 심지어 햄스터까지 교육할 수 있어요.”

올바른 클리커 사용법과 클리커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만 배우면, 몸집이 큰 동물이든 소동물이든 구애받지 않고 교육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성인뿐 아니라 어린아이, 노인, 장애인도 쉽게 트레이닝할 수 있다고 한다.

“집에서 트레이닝을 하실 때 주의점은 이것밖에 없어요. 클리커를 동물의 관심을 끌거나 장난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으면 돼요. 한 가지 더 기억하실 부분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한두 번 만에 ‘안돼~’하고 포기하면 안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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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문화가 더욱 풍성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 가까운 일본 등에 비해 반려동물과 함께해온 시간이 적다. 그래서 반려동물 문화도 앞서 국가들보다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동물 트레이닝 전문가인 서 트레이너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문화는 지금 자라나는 중이에요. 저는 성장하는 문화에 다양성을 더하고 싶어요. ‘클리커 트레이닝은 만능이다’가 아니라 ‘칭찬만으로도 교육할 수 있습니다’라고 더 많은 분께 알려드리고 싶어요. 좀 더 반려동물 문화가 풍성해졌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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