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나만의 베란다채소밭 가꾸기

  • 입력 2015년 4월 15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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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가드닝 통한 초록빛 힐링
나만의 베란다채소밭 가꾸기



삭막한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 중에는 나만의 작은 텃밭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창 일과 생활에 바쁜 사람들이 주말농장을 분양받거나 주변의 자투리땅을 구해 텃밭을 가꾸는 도전은 쉽지 않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데다, 직장생활이나 육아와 병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베란다채소밭 가꾸기는 이러한 걱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EDITOR 임종현 PHOTOGRAPHER 김현진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봄나들이 계획에 차질이 생긴 이들이 많다. 특히 호흡기가 예민한 아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실내가드닝을 통한다면, 나들이 걱정 없이 봄날의 싱그러움을 곁에 두고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베란다는 생활반경 속에 있기에 따로 텃밭을 가꾸는 부담이 없다. 또한, 잠시나마 초록빛 생기 가득한 공간 속에서 힐링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기쁨도 얻을 수 있다. 실내 식물은 공기정화와 가습 등의 효과를 주므로 건강에도 좋다.

특히 고사리와 개운죽 같은 식물은 탁월한 가습효과가 있고 음이온을 발생시켜 새집증후군을 완화하며 정서적인 안정감과 인테리어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베란다채소밭

브이가든(www.vgarden.co.kr) 대표이자 블로그 ‘바키의 베란다채소밭’의 운영자이며, 도서 <베란다채소밭>, <그녀의 아지트 베란다>, <엄마표 채소밥상>을 집필한 채소소믈리에 박희란 작가가 베란다채소밭을 시작한 계기는 특별했다.

“프리랜서 출판기획자로 일하던 시절, <베란다채소밭>과 관련된 책을 기획했어요. 이후 책을 집필할 저자를 섭외하려고 정말 노력했죠. 하지만 당시 책을 집필할 만큼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적임자가 없더라고요. 그때쯤 제가 기획하느라 집 베란다에서 하나둘 채소들을 키웠는데, 너무 잘 자라주더라고요. 흥미가 붙어 이것저것 재배종류를 늘려가던 차에 블로그에 올리게 되었죠.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직접 저자가 되어 본격적으로 집필해보라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가드닝이나 채소재배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출판을 계기로 숨어있는 재능과 재미를 발견한 박 작가는 베란다채소밭 가꾸기를 평생의 취미로 삼게 되었다.

그녀는 “베란다채소밭 가꾸기는 베란다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매일 소소한 기쁨을 느끼며, 무엇보다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하며 한 번 시도해보기를 권했다.


베란다채소밭이 특별한 이유

몇 발자국 곁에 있는 채소밭은 문만 열면 들여다볼 수 있고, 필요한 도구나 재료를 근처에서 쉽게 가져다 쓰기도 용이해 시간이나 노동이 크게 소모되지 않는다. 그래서 고된 농사일과 달리 화초를 가꾸듯 취미생활처럼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베란다의 최대 약점은 부족한 일조량이다. 천장이 막혀 있고 유리로 밀폐되어 있는데다가 일반적으로 한쪽 면에서만 빛을 받을 수 있기에 바깥에 비해 일조량이 1/3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이 단점은 새로운 장점이 된다. 이렇게 외부와 차단된 구조 덕분에 기후나 계절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미니 온실처럼 사용할 수 있다. 눈이나 비가 와도 별걱정이 없고, 추운 겨울에도 베란다 농사가 가능하다.

채소를 기른다고 해서 채소를 전혀 구입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를 먹게 되며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많은 채소를 섭취하게 된다. 키워서 먹는 채소가 동네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하는 채소보다 다양하고 생것을 구하기 어려운 허브 종류와 다양한 쌈채소들도 직접 키워 먹을 수 있다.

채소를 직접 키우다 보면 마음을 편히 먹고 느리게 사는 법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더욱 좋다.

“제가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운다는 걸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채소를 사지 않고 무공해 채소를 바로 수확할 수 있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사실 가장 좋은 점은 아이에게 좋은 교육의 장이 된다는 것이에요. 생활하면서 자연학습체험을 할 수 있으므로, 감성과 인성발달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책이나 TV로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교육인 거죠.”


주의해야 할 점

베란다에 채소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창문이다. 바람을 직접 받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채소의 성장에는 햇볕만큼이나 통풍도 중요하다. 통풍이 잘돼야 웃자람(작물의 줄기나 가지가 보통 이상으로 길고 연하게 자라는 일)도 덜하고 병충해의 발생도 줄어든다.

그러므로 비바람이 치거나 온도가 많이 떨어질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열어두는 게 좋다. 또한, 베란다 바닥이 흙이나 물로 지저분해지는 걸 각오해야 한다. 타일이나 장판을 깐 베란다라면 덜하지만, 나무로 마감했다면 습기에 약하므로 관리를 잘해야 한다.


계절마다 다른 관리법

계절마다 키우는 방법도 다르다. 햇볕의 양이나 온도가 다르므로 그럴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적당한 봄가을이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우기에 가장 적합한 시즌이에요. 여름은 햇볕의 양은 풍부하지만,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상추 같은 쌈채소는 강한 햇볕에 말라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겨울은 햇볕도 약하고 온도도 낮아서 매우 느리게 자라는 편이지만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채소를 기르기에 좋고 병충해도 별로 없죠.”

봄은 씨앗을 일제히 파종하는 계절이다. 베란다에서도 비슷하긴 하나, 밭에서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베란다에서는 사계절을 파종기로 하되 봄과 가을을 본격적인 파종시즌으로 보면 된다. 봄에 키워 여름에 수확하거나, 가을에 심어 겨울에 수확하는 사이클의 채소가 대부분이다.

봄에는 열매채소를, 가을에는 김장채소를 주로 파종하는 게 좋다. 여름은 베란다의 농한기이다. 일부 열매채소들은 햇볕을 듬뿍 받아 잘 자라지만, 무더위에 약한 쌈채소들은 통풍이 좋지 않은 베란다에서 잘 크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여름에는 봄에 심은 채소나 여름 모종 등을 키워 수확하고, 사계절 잘 자라는 일부 채소를 제외하고는 파종을 멈추는 것이 좋다. 장마철이 끼어 있고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온도나 습도에 있어서도 채소가 자라기에 악조건이 된다.

여름에는 봄에 씨앗으로 심었거나 초여름 모종으로 구입한 오이나 가지, 고추, 파프리카 등을 구입해 심으면 된다. 씨앗파종은 사계절 모두 가능한 근대, 적근대, 치커리, 셀러리, 쑥갓, 허브 등을 할 수 있다.

겨울에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브로콜리나 시금치 등을 기르기에 좋다. 하지만 너무 추운 날씨에는 베란다도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냉해를 입지 않도록 베란다 창가 쪽에 채소들을 두는 것은 피하고 거실 창 쪽으로 모두 붙여서 키우거나 밤에는 실내에 들여놓는다.

밤에는 부직포나 신문지 등을 창문에 붙여서 보온효과를 주거나 채소가 다치지 않도록 하여 방한포를 씌어 주는 방법도 있다. 방한포는 부직포나 비닐 등으로 대체해도 된다.


채소밭 준비물

꼭 사야 할 준비물로는 상토, 마사토, 씨앗, 모종 등이 있다. 채소용 상토는 분갈이용으로 꽃집에서 판매하는 흙과는 조금 다르다. 입자가 훨씬 곱고 인공토양이 섞여 있어 가볍다. 요즘은 채소재배용 상토가 상품으로 잘 나와 있어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마사토는 상토 밑에 깔아주면 물 빠짐을 좋게 한다. 굳이 구입하지 않고 주변에 작은 자갈이나 굵은 모래 등이 있다면 깨끗하게 씻어 사용해도 된다. 씨앗 역시 구입하는 게 가장 편하지만 구입하지 않고 심을 수 있는 것들도 얼마든지 있다. 감자나 마늘, 생강 등은 먹던 것 그대로를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채소는 씨앗을 구입해서 심는 것이 간편하고 확실하다. 쌈채소들의 경우 소포장 씨앗이 100립에서 1,000립까지도 들어 있어, 한 번 사두면 2년의 유통기한 내내 모자람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모종은 상추나 치커리 같은 쌈채소는 물론 오이, 가지, 수박 등 모종으로 키우기 쉬운 열매채소들도 판매되고 있다. 씨앗보다 키우는 재미와 감동은 덜 하지만 비교적 실패 없이 빠르게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준비물들은 꽃집이나, 온·오프라인 종묘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녹색힐링공간

박희란 작가는 6년 전에 처음 베란다채소밭을 시작하였다. 이후 총 2번의 이사를 했는데, 집을 고민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베란다를 채소밭으로 만드는 것부터 계획한다고 한다. 그만큼 베란다채소밭은 그녀에게 소중한 공간인 셈이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식물은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어요. 정말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 것일까 순간 의문을 가졌었지만, 이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베란다를 들여다보면 식물이 필요로 하는 걸 알 수 있어요. 물이 고픈지 바람이 고픈지 거름이 고픈지를요. 사람이 곁에 와서 관심을 가지고 가꿔줄수록 잘 자란다는 의미였던 거지요. 축 늘어져 있던 잎에 물을 주면 다시 바짝 살아나고, 더디 크는 열매에 거름을 주면 또 탐스럽게 굵어져요. 나의 노력과 관심을 배반하지 않고 묵묵히 답해주는 느낌이에요. 이런 교감의 과정이 주는 즐거움 탓에 애완텃밭이라는 말도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베란다에 채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먹고 먹어도 또 다시 쑥쑥 다시 자라나는 채소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함도 느낀다고 한다. 이렇듯 베란다채소밭은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의 건강도 향상시키는 힐링 공간이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임종현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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