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빼면 된다”는 건 착각?… ‘마른 당뇨병’, 사망 위험 더 높다

  • 동아일보

동탄성심병원 등 공동연구팀 조사
2형 당뇨 환자 178만8996명 추적…저체중 사망 위험 최대 3.8배 높아
심혈관-뇌혈관질환 사망률도 증가…영양 불량-근육 소실 상태 가능성
금연과 균형 잡힌 식사-운동 필수

새해를 맞아 건강검진 결과지를 다시 펼쳐 든 사람들이 많다. 혈당 수치에 빨간 표시가 찍히면 대개 “살을 빼야 한다”는 말부터 떠올린다. 2형 당뇨병은 비만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최근 ‘마른 당뇨병’로 불리는 저체중 2형 당뇨병 환자군의 사망 위험이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체중을 줄이는 것만으로 당뇨병 관리가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혈당을 잡는 것과 동시에 영양 상태와 근육량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른 당뇨병도 위험하다


2형 당뇨병은 몸이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거나 인슐린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인슐린 저항성)로 발생한다. 전체 당뇨병의 약 9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형태다. 인슐린 저항성이 당뇨병 발병 이전부터 서서히 시작되고 여기에 비만이 주요 병인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에 치료의 초점도 고혈당 관리와 체중 감량에 맞춰져 왔다.

문제는 ‘저체중’이라는 반대 방향의 위험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내분비내과 홍은경·최훈지 교수,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문선준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5∼2016년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2형 당뇨병 환자 178만8996명을 2022년까지 추적한 전국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저체중을 세 단계(경도 17.0∼18.4㎏/㎡, 중등도 16.0∼16.9㎏/㎡, 중증<16.0㎏/㎡)로 나누고 정상부터 고도비만까지 그룹과 사망률을 비교했다.

결과는 단순했다. 저체중 그룹의 사망 위험은 저체중이 아닌 그룹(정상∼고도비만)보다 최대 3.8배 높았다. 경도 저체중은 2배, 중등도 저체중은 2.7배, 중증 저체중은 3.9배로 단계가 낮아질수록 위험이 커졌다. 사망 원인별로도 저체중 그룹은 당뇨병,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모두 1.9∼5.1배 높았다. 특히 65세 미만에서 저체중 관련 사망 위험이 6.2로 65세 이상(3.4)보다 더 컸다. 젊은 당뇨병 환자에게 저체중의 악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 셈이다.

2형 당뇨병의 증상은 초기에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갈증이 심해 물을 자주 마시고 소변량이 늘거나(다뇨) 식욕이 증가하는데도 체중이 빠지고 쉽게 피곤해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느낌, 손발 저림 같은 신경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이 애매하거나 없더라도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 높게 나오면 확인이 필요하다.

진단은 혈당검사로 이뤄진다. 공복혈당 검사, 당화혈색소 검사, 필요시 75g 경구 당부하 검사 등을 통해 당뇨병 여부와 정도를 평가한다. 진단 이후에는 합병증 위험을 함께 본다. 혈압과 지질(콜레스테롤) 검사, 신장 기능(혈청 크레아티닌, 소변 알부민 등), 안과 검진, 말초신경 및 발 상태 확인이 포함된다. 당뇨병은 혈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혈관과 장기 전반의 위험을 높이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

치료의 초점은 혈당과 체성분

2형 당뇨병 치료의 기본 목표는 혈당을 적정 범위로 관리해 합병증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치료는 생활 습관 개선을 바탕으로 약물치료가 더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식사 조절과 운동이 핵심이며 필요에 따라 경구 혈당강하제나 주사제(인슐린 포함)를 사용한다. 환자의 혈당 수준, 유병 기간, 동반 질환(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저혈당 위험, 체중 상태 등을 종합해 약제를 선택한다.

이번 연구에서 저체중 환자들은 나이가 많고 현재 흡연자이며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높았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비율은 더 낮았다. 연령, 성별, 소득 수준, 생활 습관, 공복혈당, 당뇨병 유병 기간 등 변수를 모두 조정한 뒤에도 저체중 그룹의 사망 위험은 비만 그룹보다 높게 나타났다. 경도 비만의 사망 위험을 1.0으로 봤을 때 중증 저체중은 5.2배, 중등도 저체중 3.6배, 경도 저체중 2.7배로 나타났으며 모든 저체중 그룹이 고도 비만(1.5배)보다 위험이 컸다. 저체중이 당뇨병 환자의 생존에 치명적인 위험 인자일 수 있음을 대규모로 확인한 셈이다.

홍은경 교수는 “저체중 당뇨병 환자는 상대적인 영양 불량이나 근육 소실 상태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생존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혈당 관리를 위해 무리한 체중 감량보다는 전반적인 영양 상태를 조화롭게 유지하고 균형 잡힌 체성분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시아인에서 마른 당뇨병의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하면 당뇨병 환자의 BMI 기준을 비만 예방 차원이 아니라 사망 위험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의 사항은 분명하다. 첫째, 체중이 적게 나간다는 이유로 ‘나는 당뇨와 거리가 멀다’고 단정하면 위험하다. 둘째, 이미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살만 빼면 된다’는 방식의 과도한 감량은 피해야 한다. 특히 저체중이거나 최근 체중이 급격히 줄었다면 영양 상태, 근육량, 동반 질환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셋째, 흡연은 혈관 합병증 위험을 높이므로 금연이 필요하다. 넷째, 저혈당 위험이 있는 약제를 쓰는 경우 식사 거르기나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의료진과 조율해야 한다.

생활 습관 개선의 방향도 달라진다. 비만한 환자에게는 체중 감량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저체중이거나 근육이 줄어든 환자에게는 ‘감량’보다 ‘유지와 회복’이 목표가 된다. 균형 잡힌 식사로 단백질과 에너지를 충분히 섭취하고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산소운동은 혈당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저체중인 환자라면 근력운동을 함께해서 체성분을 보완하는 접근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사로 혈당뿐 아니라 혈압·지질·신장·눈·신경 상태까지 함께 관리하는 것이 당뇨병 치료의 기본이다.

마른 당뇨병은 가볍지 않다. 체중이라는 한 가지 숫자만 좇는 치료에서 벗어나 혈당과 영양·근육을 함께 보는 관리로 전환해야 2형 당뇨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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