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0년 전 ‘말 가축화’… 인류 역사를 바꿨다

  • 동아일보

말의 해, 눈길가는 말 연구
유전자 변화되며 운동능력 향상
인간 대상 생명과학 연구로 확장

2026년 새해는 말의 해인 병오년(丙午年)이다. 말은 이동과 전쟁, 농경과 교역의 현장에서 인간과 역사를 함께 써온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과학자들은 최근 말 연구에 속도를 내며 인류 문명이 형성되고 퍼져온 경로를 다시 그려내는 한편 인간의 생명과학과 의학 연구로 확장될 새로운 단서까지 포착하고 있다.

말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 주제는 ‘말의 가축화’다. 사람이나 짐을 싣고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말의 가축화는 농업과 교역, 전쟁의 판도를 뒤집으며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연구 가치가 높다. 말의 가축화는 5500년 전과 4200년 전 두 번에 걸쳐 시도됐으며 인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말의 가축화는 약 4200년 전 중앙아시아와 유럽 지역에 걸쳐 존재했던 청동기 문화인 ‘얌나야 문화’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프랑스 폴 사바티에대와 툴루즈 인류생물학·유전체학 센터 국제 연구팀은 고대 말 475마리와 현대 말 77마리의 게놈을 비교 분석해 본격적인 말 가축화는 4200년 전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4700여 년 전보다 수백 년 늦게 이뤄졌음을 밝혀내고 연구 결과를 지난해 6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원전 2200년경 말 사육 관행에 큰 변화가 있었던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사육의 큰 특징인 친족 교배가 많이 증가했으며 말의 세대 간 간격이 야생에서보다 급격히 짧아졌다. 개체수가 급증하고 이동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비슷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말들이 점점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이후 대부분 말의 혈통이 현대 말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축화된 말 혈통으로 대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말의 가축화 이후 인구도 증가했다”며 “말을 통해 빠른 이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말의 가축화를 가능하게 한 핵심적인 유전자 변화도 밝혔다. 프랑스 툴루즈대와 중국 농업과학원 공동연구팀은 약 7000년 전부터 20세기까지의 말 유전체 수백 개를 분석해 약 5000년 전부터 ‘ZFPM1’이라는 유전자의 특정 변이, 약 4750년 전부터는 ‘GSDMC’ 변이의 출현 빈도가 급격히 증가한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ZFPM1 유전자 변이가 말에게 미치는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쥐에서는 불안 행동을 줄이고 성격을 온순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말 사육사들이 ZFPM1 유전자 변이가 있어 인간을 덜 두려워하거나 사육 환경에서 경계심이 적은 말을 사육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연구팀이 GSDMC 변이를 쥐에게 적용하자 쥐의 등이 평평해지고 앞다리가 강화됐다. 행동도 민첩해졌다. 연구팀은 “GSDMC 유전자 변이에 따른 말의 운동 능력 향상이 인간 이동성 증가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했다.

말이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지게 된 과학적 요인은 인간의 대사질환 치료, 운동 능력 향상 등의 전략을 개발하는 데 통찰력을 제공한다. 운동할 때 근육에 힘을 공급하는 주요 에너지원은 아데노신 3인산(ATP)이다. 산소는 ATP가 효율적으로 만들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말은 산소를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 ATP를 빠르게 축적할 수 있지만 산소 소비가 늘어날수록 세포에 해로운 ‘활성산소’가 부산물로 많이 생성된다는 문제가 있다. 과학자들은 말이 이러한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지구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에 주목해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엘리아 듀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말이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KEAP1’에서 발생한 돌연변이 덕분에 질주 시 건강한 사람보다 kg당 2배 많은 산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3월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발견된 돌연변이는 ATP 생산을 촉진하고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을 높인다. 돌연변이로 인해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고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발견된 돌연변이는 다른 척추동물에게서도 발견된다며 운동 능력 향상 연구에 실마리를 준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해 8월 루이스 에번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은 말이 계획을 세우고 전략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학계에 알려진 것보다 말이 높은 지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병오년#말의 가축화#ZFPM1 유전자#얌나야 문화#GSDMC 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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