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알티로보틱스 “엑소스켈레톤에서 피지컬 AI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SBA 글로벌]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2월 16일 20시 26분


[SBA X 동아닷컴 공동기획]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AI와 로봇,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서울AI로봇쇼를 성공리에 열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참여형 로봇 전시회인 이번 행사에서 로봇 전문가 포럼과 로봇 경진대회, 로봇 기업과 연구기관의 성과 발표도 이어졌다. 동아닷컴은 서울시, SBA와 함께 서울AI로봇쇼에 참여해 로봇 친화 도시 서울을 이끈 유망 로봇 기업을 소개한다.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은 몸에 착용하는 로봇으로 인간의 근력을 증강시키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다. 모터나 유압장치가 내장된 외골격 구조가 사용자의 동작을 감지해 힘을 더한다. 엑소스켈레톤은 무거운 짐을 드는 물류 현장이나 제조 공장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최근에는 재활 치료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뇌졸중 환자나 척수 손상 환자의 보행 훈련에도 쓰인다.

산업현장도 인력난 해소 방안으로 휴머노이드, 엑소스켈레톤 등 로봇 기술에 주목한다. 인구 절벽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8년부터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들 전망이다. 장기 경제성장 전망치인 1.9%~2.1%를 달성하려면 2032년까지 89만 40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신규 인력 충원이 어려워 기존 인력을 보조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술혁신, 고령화 대응, 근로자 안전 강화 등 엑소스켈레톤 시장은 큰 흐름이 만나는 교차점에 섰다. 시장조사기업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은 전 세계 엑소스켈레톤 시장이 2025년 5억 6000만 달러에서 2030년 20억 3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과거 군사나 의료 재활 목적으로 국한됐던 엑소스켈레톤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 나설 준비를 마친 셈이다.

장재호 에프알티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장재호 에프알티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기술력으로 산업용 엑소스켈레톤(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개척한 스타트업이 있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닌 공존하는 미래를 그리는 에프알티로보틱스(FRT Robotics)다. 에프알티로보틱스가 사람을 위한 기술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장재호 에프알티로보틱스 대표를 만났다.

연구소에서 현장으로 나온 엑소스켈레톤

“대학원에서는 주로 재활 용도 엑소스켈레톤을 연구했어요. 노약자나 장애인이 걷거나 식사를 돕는 기술이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유압 기술로 더 강력하고 빠른 엑소스켈레톤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생기원에 들어가면서 유압 제어 기술과 제 엑소스켈레톤 설계 기술을 융합해 유압 구동 엑소스켈레톤을 만들었죠.”

장재호 대표가 웨어러블 로봇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대학원 시절, 미국 UC 버클리(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엑소스켈레톤 기술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에서 10년 가까이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국방, 근로자용 엑소스켈레톤 개발에 매진했다.

국내에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엑소스켈레톤 연구개발(R&D)이 이뤄졌지만, 시장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사업화에는 소극적이었다. 장재호 대표는 “국가 세금이 투입된 수많은 기술이 연구실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게 안타까웠어요. 직접 사업화를 시도해 근로 현장이 요구하는 엑소스켈레톤 시장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라며 회상했다.

장재호 대표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성능보다 실용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봤다. 해외에서 개발되던 엑소스켈레톤은 최고 수준의 제어기, 최신 센서, 고성능 액추에이터(에너지 변환 장치)를 사용해 기능 구현에 집중했다. 하지만 근로 현장을 위한 제품을 제조하려면 저렴하면서 가볍고 간편해야 했다.

에프알티로보틱스의 주력 제품인 ‘스텝업(StepUp)’ 시리즈는 장재호 대표의 현장 중심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최근 공개한 스텝업 네오(StepUp Neo)는 배터리나 모터 없이 기계적인 구조만으로 근력을 보조하는 패시브(Passive) 방식을 최대한 구현했다.

스텝업 네오는 허리와 어깨 부위의 근력을 지원하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건설, 물류, 제조, 요양, 농업, 정비, 재난 대응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된다. 무거운 물건을 더 들 수 있게 만드는 게 아니라, 같은 일을 하더라도 부상과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재호 대표는 “초기에는 유압 기술을 이용해 힘을 극대화하는 방식에 집중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무거운 것을 더 많이 들게 하는 것보다 덜 다치고 덜 피로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직관성과 신뢰도’ 근로자 맞춤형 설계로 차별화

에프알티로보틱스의 기술적 차별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근로 활동에 최적화된 설계다. 에프알티로보틱스는 현장 조사와 분석을 통해 근로자들이 주로 허리와 어깨 질환을 호소하는 것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허리와 어깨 질환으로 이어지는 특정 동작을 보조하는 형태의 설계를 진행했다. 장재호 대표는 “근로자들은 허리, 어깨를 많이 다칩니다. 예로 허리를 계속 굽혔다 폈다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디스크로 발전하는 것이죠. 에프알티로보틱스의 엑소스켈레톤은 근로자의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직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제어 기술이다. 초기에는 자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자동화 알고리듬을 적용했다. 그런데 자동화 기능이 오히려 사용자 불안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장재호 대표는 “사용자가 움직이면 일정한 힘이 나와야 해요. 일정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지금은 직관적으로 경험하는 형태로 만듭니다. 내가 이 동작을 하면 장비는 정확히 움직인다고 믿게 만들어야 하죠”라고 설명했다.

장재호 에프알티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장재호 에프알티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예측성은 안전과 직결된다. 로봇 분야에는 오류가 발생해도 환경,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페일 세이프(Fail Safe)’ 개념이 존재한다. 에프알티로보틱스는 설계 단계부터 근로자가 힘을 주면, 엑소스켈레톤의 동작을 제한하고 다른 행동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적은 힘으로 사용자 스스로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한다. 화려한 자율 제어보다 작업자의 의도대로 즉각적이고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신뢰성에 집중했다.

세 번째는 가격 경쟁력이다. 에프알티로보틱스는 근로자가 사용한다는 것을 고려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았다. 정부 지원으로 오랜 시간 연구했기에 원가 측면에서 장점이 있고, 검증된 기술을 써 추가 개발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미래 꿈꾸다

혁신적인 제품이라 해도 시장의 문턱은 높았다. 장재호 대표는 “우리나라는 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이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가 많지만, 안전과 직결된 산업 현장은 보수적으로 접근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이 아닌 기업 입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 도입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확실한 검증 자료(레퍼런스)를 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에프알티로보틱스는 B2G(기업 대 정부) 전략을 택했다. 산림청 산불 진화 작업, 소방청 구조 활동 등 극한 환경에서 엑소스켈레톤을 실증하며 신뢰를 쌓았다. 현재 에프알티로보틱스의 엑소스켈레톤은 조달청 혁신 제품으로 등록되어 공공 현장에서 활용된다. 실제 현장 속에서 얻은 피드백은 제품 고도화의 자양분이 됐다. 민간 영역에서도 건설, 물류, 제조 등 50여 개 기업에 개념 증명(PoC) 형태로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 확대 가능성을 입증했다.

에프알티로보틱스는 국내에서 쌓은 실증 데이터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선다. 장재호 대표는 “내수 시장에서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매를 확대해 수익을 창출할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며,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도 도입 제안을 받았습니다”고 밝혔다.

장재호 에프알티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장재호 에프알티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에프알티로보틱스가 기술력을 앞세워 전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게 된 배경에는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지원이 있었다. SBA는 에프알티로보틱스가 혁신조달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결했고, 기업 네트워크와 사업 운영 멘토링을 제공했다. 서울시립요양원 및 공공기관 연계 실증 사업 지원은 에프알티로보틱스 단독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레퍼런스를 쌓는 데 도움이 됐다. 장재호 대표는 “SBA는 단편적인 지원이 아니라 기술부터 투자, 마케팅 등 기업 성장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입체적으로 지원해 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러 지원들이 에프알티로보틱스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보급해 자율주행 데이터를 모으듯, 에프알티로보틱스는 웨어러블 로봇을 통해 산업 현장의 피지컬 AI(Physical AI)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사람이 일하는 노하우가 담긴 이 데이터는 미래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기 위한 학습 교재가 될 거라 믿습니다.”

에프알티로보틱스는 엑소스켈레톤으로 차세대 테슬라 모멘트를 꿈꾼다. 엑소스켈레톤 보급이 전기차의 확산이라면, 휴머노이드와 인간이 협업하는 세상은 화성 이주 프로젝트 같은 거대한 비전이라는 이야기다.

목표 달성을 위해 에프알티로보틱스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학습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이전받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K-휴머노이드 로봇 연합에 참여해 행동 데이터를 구축하고, 로봇 제어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엑소스켈레톤 기업에서 피지컬 AI 시대를 여는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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