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삶의 질 결정짓는 치아 건강… 찾아가는 치과 치료 활성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9일 03시 00분


국내 방문치과 진료 현실

이수구 스마일재단 이사장
이수구 스마일재단 이사장
구강 건강을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노년기에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흡인성 폐렴과 같은 심각한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치과의사가 양로원이나 환자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구강 관리를 해 주는 방문치과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구강 돌봄 사업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이수구 스마일재단 이사장을 만나 방문치과 진료의 국내 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일본처럼 요양원에 치과의사가 직접 찾아와 구강 관리를 해 주는 경우가 있나.

“현재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체계적으로 방문치과 진료가 활성화돼 있지는 않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단체가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제도는 부족하다. 반면 일본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방문치과가 정착돼 있으며 치과의사가 양로원이나 환자의 자택을 방문해 정기적으로 구강 관리를 해 주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한국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제도가 절실하다.”

―일본에서 방문치과가 오래전부터 시작된 이유는.

“일본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들의 구강 건강이 전반적인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했다. 특히 치매, 흡인성 폐렴과 같은 질환이 구강 건강과 관련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과 재정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방문치과는 일본 전역에서 활성화돼 있으며 의료보험을 통해 비용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 여전히 방문치과 진료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서울 동대문구 한 요양원에서 치매 노인이 협진으로 치과 진료를 받고 있다. 스마일재단 제공
서울 동대문구 한 요양원에서 치매 노인이 협진으로 치과 진료를 받고 있다. 스마일재단 제공
“가장 큰 이유는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치과의사들이 병원을 비우고 방문 진료를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이에 대한 수가(진료비 책정) 보상도 부족하다. 또한 한국에서는 방문치과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고 이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도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방문치과 진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가.

“첫째,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에서 방문치과 진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수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둘째, 방문치과 서비스를 위한 치과 인력 양성 및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노인 요양시설과 치과 병·의원이 협력할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방문치과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홍보와 캠페인도 필요하다.”

―방문치과가 활성화되면 노인들의 건강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나.

“구강 건강이 유지되면 음식물을 제대로 씹을 수 있어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또한 구강 내 세균이 원인이 되는 흡인성 폐렴 같은 질환을 줄일 수 있다. 의치(틀니) 조정 등을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되며 발음이 좋아지고 대인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방문치과 진료 시 환자들이 비용 부담을 크게 느끼지는 않나.

“일본에서는 건강보험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방문치과 진료의 상당 부분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 부담이 크지 않아 많은 노인이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지원이 마련된다면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방문치과 진료가 단순한 치과 치료를 넘어서 중요한 이유는.


“구강 건강은 전신 건강과 직결된다. 치아를 상실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영양 섭취가 어렵고 면역력이 떨어지며 각종 만성질환 위험이 커진다. 또 치주질환이 치매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어 구강 관리는 단순한 치과 치료를 넘어 삶의 질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적인 요소다.”

―한국에서도 방문치과 진료를 조속히 도입하고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역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노인 구강 건강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일본이 30년 전부터 방문치과를 시행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만큼 한국도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고령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스마일재단은 방문치과 진료 활성화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스마일재단은 경제적·신체적 어려움으로 인해 치과 치료를 받기 힘든 분들을 지원하는 단체다. 특히 노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 치과 진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방문치과 진료 활성화를 위한 연구와 정책 제안도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분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 국민들에게 방문치과 진료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방문치과 진료는 단순히 치과 치료를 받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건강한 노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다. 한국에서도 빠르게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누구나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치아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시고 필요성을 널리 알려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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