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 “AI 기반 정밀의료 혁신… 글로벌 IT 기업과 협력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9일 03시 00분


고려대의료원의 의료 혁신
클라우드 정보시스템 ‘PHIS’ 도입… 병원 간 데이터 공유해 진료 협력
응급 의료자원 통합 플랫폼 구축… 병상-장비 등 중앙에 실시간 전송
필립스와 진단 기술 공동연구하고, 보안 강화 위해 서버 고도화 진행
“초격차 미래병원으로 도약할 것”

《 핸들과 페달조차 없는 자율주행 택시, 사막 한가운데 건설되는 탄소 제로 미래 신도시, 드론이 배달해 주는 택배. 우리가 사는 현재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디지털 전환기 속에서 고려대의료원은 가장 혁신적이고 정교한 의료 서비스를 목표로 의료계 혁신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21년 국내 최초로 PHIS(클라우드 정밀 의료 병원정보 시스템)를 도입했으며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내 최초로 전자의무기록 시스템(EMR) 인증을 획득했다.

2022년 세계적인 공신력을 자랑하는 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로부터 디지털 헬스 지표 종합 2위, 정보처리 상호운용성 분야 1위, 예측 분석 분야 1위에 선정되는 등 안정성과 우수성을 국내외에서 모두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EMRAM Stage 6 인증을 획득하고 ‘클라우드 산업대상’에서 우수 도입 기관으로 선정돼 국내 정상급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한 의료기관으로 공인받기도 했다.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은 병원 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가장 혁신적이고 정교한 의료서비스를 위한 고려대의료원의 도전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


● 글로벌 정보통신 기업과 협력… 디지털 헬스케어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의료 IT 콘퍼런스 ‘HIMSS 2025’에 참석해 글로벌 IT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최신 의료 IT 접목을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AI 기반 정밀 의료, 의료 데이터 보안, 응급 환자 예측 시스템, 클라우드 기반 의료 데이터 표준화 등을 다룬 올해 HIMSS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필립스, GE 등 세계적인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AI 기반 진료 시스템 발전과 의료 데이터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을 구체화했다. 특히 의료 영상 AI 분석, 디지털 병리 시스템 고도화와 함께 의료 데이터의 체계적 보호와 연구 활용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세계적 흐름인 맞춤형 진료 시스템을 반영해 앞으로 고려대의료원은 환자의 유전자, 생활 습관, 병력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AI 정밀 의료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한 AI 챗봇과 가상 상담 시스템을 개발해 환자가 24시간 의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더욱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 PHIS, 미래 의료 혁신을 앞당긴다
고려대의료원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의료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3일 미국에서 열린 ‘HIMSS 2025’에 참가한 오라클과 회의 모습. 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의료원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의료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3일 미국에서 열린 ‘HIMSS 2025’에 참가한 오라클과 회의 모습. 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의료원이 2017년 수주한 PHIS 개발 국책사업은 시작부터 의료계의 뜨거운 이슈였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중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도입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책 과제인 정밀 의료사업으로 개발된 PHIS에서 P는 미래, 정밀, 개인 맞춤(Post, Precision, Personalized)을, HIS는 병원정보시스템(Hospital Information System)을 뜻한다. 병원 내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표준화하며 이를 통해 정제된 데이터를 더욱 손쉽게 운용할 수 있다.

PHIS의 가장 큰 특징은 환자의 진료 데이터와 유전체 정보 등을 클라우드 형태로 구현하는 것. 다른 병원은 자체 서버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고려대의료원은 네이버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한다. 클라우드의 장점은 서버의 확장이 쉽고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현재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에서 행하는 모든 의료 행위는 동일한 기준에 따라 표준화된 양식으로 작성돼 축적되며 의료진은 음성으로 의무 기록을 입력한다. 서로 다른 병원을 이용하더라도 PHIS를 통해 환자 정보가 공유돼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유기적인 진료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의료 정보 체계인 ‘데이터웨어하우스’도 오픈했다. PHIS를 통해 차곡차곡 쌓여가는 정제된 의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병을 예측·진단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클라우드를 활용해 연구자가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하고 경영 분석과 환자 통계, 임상 연구 등 필요한 방향에 따라 맞춤형 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 “응급환자 받을 수 있나요?” 1분 이내 확인 가능

PHIS의 활용은 급박한 병원 응급실까지 이어진다. 고려대의료원은 올해 2월부터 응급환자를 적시에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시설로 연계하는 시스템인 ‘실시간 의료자원 정보 플랫폼’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인 이번 사업은 PHIS 내 정보를 세분화해 병상의 사용 가능 여부부터 장비 가동 상태, 주요 중증질환 수용 여부 등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관리하고 1분 주기로 중앙응급의료센터(EMRIS)에 전송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병상 준비 상황(소독·리넨 교체·입퇴원 예정 정보 등)을 더욱 세분화해 실제 가용 상태를 명확히 표시하고 ECMO·인공호흡기·MRI 등 필수 의료 장비도 ‘사용 가능·사용 중·정비 중·고장 수리’ 등으로 분류해 관계자들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응급의료 자원 통합 대시보드’를 구현해 응급실 의료진이 병상·장비·인력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환자 접수 후 병동·장비실·진료과에 별도 문의를 거쳐 최종 치료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대시보드를 통해 수술방 공실이나 장비 고장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함으로써 원내 의사결정이 훨씬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을 접목해 응급환자 최초 수용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에볼라바이러스·사스(SARS)·메르스(MERS) 등 제1급 법정 감염병 발생 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전산화 체계도 마련한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 파악하고 중증 환자 이송 필요 여부까지 신속히 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 이는 의료 자원의 표준화, 디지털화 기반을 닦아 국민 안전은 물론 국가 재난 사태 대응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에 참여하는 고대안암병원과 고대안산병원, 삼육서울병원 세 병원 모두 PHIS를 운영하고 있어 국내 응급의료 체계 디지털 전환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 글로벌 헬스테크 기업과 의료 AI 생태계 구축

PHIS를 활용한 맞춤형 진단 설루션 개발도 점점 속도가 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AI 기반 신경·심혈관질환 진단 연구를 위해 필립스와 손을 잡았다. 5년간 진행되는 이 연구는 심장·뇌 등 복합 질환의 조기 진단 기술과 AI 헬스케어 설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둔다. 세계 의료 현장에서 축적된 필립스의 임상 데이터 분석 역량과 고려대의료원의 빅데이터·딥러닝·영상·생체 신호 분석 비결이 결합해 한층 더 정밀한 환자 맞춤형 진단·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공동 연구는 고려대의료원이 추진 중인 ‘초격차 미래 병원’ 비전과 맞닿아 있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급성기 질환 조기 발견부터 맞춤형 치료까지 환자 중심의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더 나아가 △공동 IP 개발 △국제 학술 논문 발표 △글로벌 임상시험 연계 등 다각적인 혁신 성과가 예상된다. 의료·산업계에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함과 동시에 국내 보건의료 수준을 높이고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연구 성과가 상용화되면 국내외 의료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되며 정밀 분석 기술과 대규모 환자 데이터의 효과를 발휘해 차세대 의료 패러다임을 이끄는 데 일조할 것이다.

● 진화하는 사이버 위협, 강력한 데이터 보안 나서

이처럼 뛰어난 AI 기술은 의료 분야에서 진단, 치료 계획, 환자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지만 새로운 보안 위협에 취약할 수 있다. 데이터 중독이나 적대적 공격과 같은 위협은 신뢰성과 정확성을 저하하고 이는 잘못된 진단이나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AI를 활용한 시스템이 증가함에 따라 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AI 시스템은 사이버 공격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어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체계적인 보안 대책이 필요하다.

고려대의료원 주요 보직자가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와 AI 시스템 활용안을 논의중이다.
고려대의료원 주요 보직자가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와 AI 시스템 활용안을 논의중이다.
이를 위해 고려대의료원은 PACS 미들서버 시스템 고도화에 나선다. 기존 노후된 서버와 스토리지를 교체하고 서버 환경 이전 및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 주 골자다. 안정적인 의료 영상 데이터 전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버 가상화를 통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나아가 운영 비용 절감과 데이터 저장 공간 확보 및 확장성을 도모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접속 기록 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 기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함으로써 무단 접근이나 유출 사고를 예방하며 비정상적인 접근을 조기 탐지하고 보안 사고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의료 데이터 암호화, 보안 데이터 공유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보안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환자 중심’의 스마트병원으로의 전환


고려대의료원은 2018년 설립 90주년을 기념하며 ‘미래 의학, 우리가 만들고 세계가 누린다’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국내 어떤 의료기관보다 앞서 미래 의학을 꿈꾸고 이를 현실로 만들면서 의료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담대한 포부의 표현이었다.

AI 기반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 맞춤형 치료 또한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국내 유일 단일 의료기관 산하 병원이 모두 상급종합병원이며 복수의 연구중심병원을 보유하는 등 최초, 최고, 유일의 수식어가 붙는 성과로 역량을 증명해 왔다.

고려대의료원은 진정한 환자 중심의 초연결, 초협진, 초개인화 진료를 실현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등 첨단 IT 혁신 의료 기술을 통해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시스템을 구현하고 차세대 스마트병원으로의 전환을 완성할 예정이다.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의료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라며 “고려대의료원이 AI 기술인 초거대언어모델과 RAG(검색 증강 생성)를 활용해 의료의 미래를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해 의료 데이터의 표준화를 선도하고 초격차 미래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AI 기반 의료 혁신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의료 IT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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