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에서 그려진 “혼란스러운 지도자의 세상”[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4일 10시 00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속담에서 보듯 혼란스러운 지도자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만듭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암군(暗君) 혹은 폭군(暴君)의 등장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워지는 것도 모자라 망하게 만든 사례는 수도 없이 많은데요. 이는 국민 스스로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현대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잘못된 지도자 한 명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국가가 손에 꼽지 못할 정도로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잘못된 지도자로 인해 만들어진 기상천외한 세상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되어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데요. 가상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게임에서도 이 잘못된 지도자와 이들로 인해 그려진 혼란한 세상을 더욱 사실적으로 그려내곤 합니다. 

그렇다면 게임 속에서 그려진 혼란스러운 지도자와 이들이 만들어낸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앤드류 라이언(자료 출처- 게임동아)
앤드류 라이언(자료 출처- 게임동아)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지옥보다 못한 현실을 만든 사업가 ‘앤드루 라이언’

핵전쟁 및 각종 재난으로 인해 어둡고, 절망만이 가득한 가상의 세계를 흔히 ‘포스트 아포칼립스’라 부릅니다. 게임 속에 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다루는 게임 중 2K의 ‘바이오 쇼크’처럼 잘못된 지도자의 이상과 정책이 현세의 지옥을 불러오는 과정을 현실적이고, 실감 나게 다룬 게임도 드뭅니다.

이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첫 작품은 광기와 폭력이 지배하는 해저도시 ‘랩처’를 배경으로 하는데요. 이 도시를 설계한 가상의 인물이 바로 ‘앤드류 라이언’입니다.

수중도시 랩처(자료 출처-게임동아)
수중도시 랩처(자료 출처-게임동아)
어린 시절 볼셰비키 혁명으로,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넘어와 성공한 사업가가 된 ‘앤드류 라이언’은 복지주의 정책과 같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공산주의와 다를 바 없다고 여겼습니다. 이에 개개인의 발전이 ‘위대한 사슬’을 이룬다는 극한의 자유주의 사상을 주장하며, 새로운 유토피아라는 해저도시 ‘랩처’를 설계합니다. 

“인간은 선택하고, 노예는 복종한다”라는 구호와 함께 사회 엘리트 계층과 수많은 시민과 함께 ‘랩처’에 입주해 무한의 자유, 경계 없는 발전, 윤리에 묶이지 않는 과학 발전, 검열이 없는 예술 등에 입각한 정책을 펼치는데요. 

하지만 ‘무한의 자유’는 ‘무한의 경쟁’을 의미했고, 경쟁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어떠한 보호도 없이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되죠. 

더욱이 ‘바다 민달팽이’에서 상처를 치유하는데 탁월하지만, 환각과 함께 사람의 정신을 미치게 하는 ‘아담’이라는 물질이 발견되고, 이를 더 생산하기 위해 어린 소녀들에게 ‘바다 민달팽이’를 이식하는 등 유토피아를 꿈꿨던 도시 ‘랩처’는 괴물들과 반인륜적인 실험이 자행되는 지옥으로 변하고 맙니다.

결국 앤드류 라이언은 주인공 잭(유저)의 손에 의해 처치당하게 되지만, 잘못된 생각과 사상을 가진 이가 사람들을 이끌면 어떤 결과가 초래하고, 무한의 자유와 윤리적인 검열을 무시한 사회가 어떻게 타락하는지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주는 인상 깊은 캐릭터로 남아 있습니다.

페이건 민(자료 출처-게임동아)
페이건 민(자료 출처-게임동아)


카리스마와 광기의 지도자 페이건 민

페이건 민은 유비소프트의 액션 게임 시리즈 ‘파크라이4’의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이 페이건 민은 티벳 지역의 가상 국가 키라트의 국왕으로 등장하는데요. 처음 등장부터 자신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병사를 만년필로 살해하며 온몸이 피에 젖은 채로, “신발에 피가 묻었다”라고 말하는 등 포악한 폭군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게임 내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교활함은 상상 이상인데, 쿠데타로 의회를 뒤집고 왕조를 세웠음에도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 주변 나라의 간섭을 피하고, 프로파간다를 통해 자신을 신격화하여 이에 반발하는 이들은 각종 혐의를 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면서 교묘히 나라를 통치합니다.

폭력적이고 지능적인 지도자로 등장한다(자료 출처-스팀 페이지)
폭력적이고 지능적인 지도자로 등장한다(자료 출처-스팀 페이지)

이 페이건 민이 군림하는 키라트는 겉보기에는 티벳 지역 특유의 문화를 기반으로 모든 국민이 성실하게 일하고, 활동하는 국가로 보이지만, 실상은 반발 세력에는 철저한 탄압을 일삼고, 모든 곳에 자기 눈과 귀를 심어 놓아 국민을 복종시키는 철권통치를 하는 국가로 등장하죠. 

결국 페이건 민은 레지스탕스 세력에 동조한 주인공(유저)에게 패배하여 헬기로 도망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인공과 레지스탕스 세력을 위기로 몰아가는 치밀한 계획을 보여줘 역대 게임 속 악역 중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에이스 컴뱃 X(자료 출처-게임동아)
에이스 컴뱃 X(자료 출처-게임동아)


북쪽의 모 국가와 비슷한 나라의 지도자 ‘디에고 나바로’

게임 속에서는 북쪽의 모 국가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지도자도 등장합니다. 바로 반다이남코엔터의 유명 비행 슈팅 게임 ‘에이스컴뱃X’에 등장하는 레서스를 통치하는 ‘디에고 나바로’인데요. 

이 디에고 나바로는 국가의 수상이면서도 나라의 국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롯이 본인의 이익만을 움직이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 게임에서 전쟁이 발생한 이유도 이 디에고가 자신들이 가진 무기의 성능을 입증해 팔기 위해 다른 나라를 침공한 것이었고, 덕분에 주변 수많은 나라가 고통을 받았죠.

디에고 나바로(자료 출처-게임동아)
디에고 나바로(자료 출처-게임동아)

재밌는 건 이 레서스라는 국가는 군대에 모든 역량을 쏟은 국가로 일반 국민들은 기아에 허덕인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디에고 나바로는 매일매일 군부와 파티를 여는 것도 모자라 일반인들의 수년 치 봉급에 해당하는 와인을 흥청망청 마시는 사치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었죠.

누가 봐도 북쪽의 모 국가와 유사한 설정인데요. 이 디에고 나바로의 최후는 게임의 시나리오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져 분노한 시민을 피해 도주하거나, 도망치지 못해 결국 궁전 내부에서 ‘행방불명’(사실상 사망) 당하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독재자는 결국 무너진다는 결론에 이르는 아주 바람직한 엔딩인 셈이죠.

#게임#게임속 지도자#폭군#잘못된 지도자#혼란스러운 지도자#기상천외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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