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대장암 급증, 수돗물도 원인?…“THM 농도 규제 강화해야”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2월 19일 14시 00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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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에 포함된 한 화학물질의 수치가 높으면 특정 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수돗물 수질기준은 이 임계치보다 높아 규제 강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수돗물은 정수 과정에서 염소를 첨가한다. 박테리아를 제거해 물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다. 이로 인해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A형 간염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유병률을 크게 줄였다.

부작용도 있다. 염소가 썩은 식물의 유기물과 결합하면 트리할로메탄(THM)이란 화학물질을 생성한다. 가장 흔한 THM인 클로로포름, 브로모포름, 브로모디클로로메탄, 디브로모클로로메탄은 동물실험에서 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진이 미국, 유럽, 대만에서 약 10만 명의 수돗물 음용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24개의 연구를 메타 분석 해 THM 수치와 14가지 암 종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학술지 환경보건 전망(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발표한 연구 결과, 미국의 THM 최대 허용 농도인 80ppb(10억분의 80) 수준의 수돗물을 마시면 방광암과 대장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수돗물의 THM 최대 허용 농도는 유럽 주요국가와 같은 100ppb(0.1㎎/ℓ)로 미국 기준보다 높다.

연구진에 따르면 일정한 수치 이상의 THM 농도를 지닌 수돗물을 가장 많이 마신 그룹은 가장 적게 마신 그룹에 비해 방광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33% 더 높았다. 이 위험은 트리할로메탄(THM) 수치가 10ppb 증가할 때마다 8%씩 올라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장암 발병 위험은 15% 증가했다. THM 노출과 대장암 간 연관성은 남성이 더 강했다. THM 섭취량은 자궁내막암과 악성 흑색종(멜라노마) 발병 위험과도 비례했다.

하지만 췌장암, 신장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혈액암 등과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임계치는 40ppb였다. 방광암의 경우 용량-반응 메타 분석에서 THM 농도가 41㎍/ℓ(41ppb) 이상 일 때부터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났다. 즉 THM이 리터당 40㎍ 이하 포함된 수돗물까지 안전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국내 최대 허용치(100ppb)는 이보다 2.5배 높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 단체 ‘환경작업그룹’(EWG)은 수돗물의 THM 안전 수치를 리터당 0.15μg(0.15ppb)라고 주장한다. 이는 국내 최대 허용치의 666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50세 이하의 이른바 ‘젊은 대장암’ 발병이 급증하고 있다. 당분과 여러 화학 첨가제가 많고 식이섬유는 적어 장내 미생물 군집에 영향을 미치는 초가공 식품과 패스트푸드 섭취량이 늘어난 게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번 연구는 여기에 수돗물의 영향도 세심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연구진은 THM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활성탄 필터 사용을 권장했다. THM은 쉽게 증발하기 때문에 수돗물을 끓여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장암#수돗물#화학물질#T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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