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창업한 블루오리진의 대형 로켓 ‘뉴글렌’이 16일 오전 2시 3분경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됐다. AP통신
“3, 2, 1, 발사(launch).”
16일 오전 2시 3분(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미국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의 대형 로켓 ‘뉴글렌’의 첫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굉음과 함께 발사대를 떠난 뉴글렌은 약 1분 39초 후 로켓이 가장 큰 압력을 받는 ‘맥스큐’에 도달한 뒤, 약 3분이 지난 시점에서 로켓 1단과 2단을 무사히 분리했다.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1단은 대서양에 대기하고 있던 해상 바지선 ‘잭린’에 착륙할 예정이었지만 이는 실패했다.
궤도 우주선 ‘블루링 패스파인더’를 실은 2단은 목표 고도에 무사히 진입했다. 블루링은 지구와 달 사이 공간 ‘시스-루나’까지 연료와 화물을 운반하는 우주선이다. 이번 발사에서는 2단과 블루링을 분리하지 않고 6시간동안 함께 궤도를 돌며 통신 기능과 안전성 등을 확인한다.
로켓 1단 재사용을 위한 착륙에는 실패했지만, 첫 발사에 우주선을 목표 궤도에 안착시켰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추가 발사를 통해 재사용까지 가능해지면 스페이스X가 독식하고 있는 민간 발사체 시장을 뉴글렌이 일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 기업이다.
발사를 앞둔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글렌’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의 발사대에 서있다. 블루오리진 제공 이창훈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위성 발사가 늘며 로켓 수요에 비해 발사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스페이스X가 소화하지 못했던 수송 물량을 뉴글렌이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글렌은 로켓의 크기와 재사용 횟수의 면에서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인 ‘팔콘 9’보다 우수하다. 뉴글렌은 높이 98m, 지름 7m의 약 30층 건물 높이 정도의 대형 로켓으로, 팔콘 9의 약 2배에 가까운 추력을 낸다. 추력이 큰 만큼 고도 200km 이상의 지구 저궤도까지 수송할 수 있는 탑재 중량도 45t(톤)으로 팔콘 9(최대 탑재 중량 22t)의 두 배 수준이다.
로켓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엔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뉴글렌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BE-4’ 7개를 결합한 형태로, 액체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하는 팔콘9의 엔진보다 효율이 더 높다. 발사 시 그을음이 발생하지 않아 더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 팔콘9의 경우 평균 13회 재사용이 가능한데, 뉴글렌은 25번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팔콘9 못지 않게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블루오리진의 민간 로켓 ‘뉴글렌’의 조립 장면. 블루오리진 제공. 뉴글렌에게 남은 과제는 신뢰를 쌓는 것이다. 한 번 발사하는 데 많은 비용과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로켓의 안정적인 발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스페이스X의 팔콘9은 총 420번 발사해 99% 이상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통상 연속으로 4번 이상은 발사에 성공해야 안정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발사로 IT 업계의 거물들이 다시 한 번 우주에서 맞붙게 됐다. 블루오리진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2000년 창업한 우주 기업이다. 현재 머스크 CEO와 베이조스 창업자는 위성 통신 사업인 ‘스타링크’와 ‘카이퍼 프로젝트’에서도 경쟁 중이다. 아마존은 카이퍼 프로젝트에 필요한 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뉴글렌을 사용하기로 이미 계약을 맺은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 방산 등 다양한 산업이 우주와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우주가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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