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캠핑도 거리두기, 이제는 차박시대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11월 25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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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일상회복을 위한 거리두기 개편안, 바뀌면 떠나자?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이상 지속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드디어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1단계를 시작한 지 겨우 채 한 달도 되기 전인 지난 11월 23일, 역대 최대 규모인 4,11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죠. 당초 정부는 다음주부터 2주동안 ‘1단계 일상회복’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12월 13일부터는 일상회복 2단계로 전환할 계획이었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출처: 네이버 코로나19 감염현황
출처: 네이버 코로나19 감염현황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을 기다리며 많은 사람이 모임이나 여행 등 마음 편히 즐기지 못했던 외부 활동을 계획했을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죠. 너무 아쉬운 마음입니다.

지난 2020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일상 변화’에 따르면, 사람들이 코로나 종식 이후 가장 빨리 재개하고 싶은 활동으로 ‘국내외 여행’을 꼽았습니다. ‘아웃도어 활동’은 5위를 기록했죠.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그래픽 재구성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그래픽 재구성

또한, 2021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에 따른 국내여행 행태변화(2020-2021)’에 따르면, ‘사람이 적은 곳으로 떠나는 여행’과 ‘야외 활동 위주의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행을 떠나 가족 및 지인 등 여러 사람과 어울려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그래픽 재구성
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그래픽 재구성

단계적 일상회복에 기대했지만, 확산세를 보니 걱정입니다. 계획세웠던 여행을 망설이고 있어요.

맞습니다. 현재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단계적 일상회복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계속해서 사랑하는 내 가족, 내 지인들과 마음 편히 여행 한 번 가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무척이나 슬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우울한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는데요. 최근에는 그보다 더 심하게 좌절과 절망을 느끼는 ‘코로나 블랙’도 생겼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활동을 비대면으로 지속할 수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우울하고 암담한 심리 상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고립된 삶을 이어가야 하는지 안타깝네요.

다만, 코로나 블랙과 같은 상황을 막기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다소 완화했습니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10명, 비수도권에서는 12명까지 모일 수 있죠. 그래도 걱정은 남습니다.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여전히 두렵죠. 이러한 걱정을 덜어내고자 ‘우리’만의 공간에서 ‘우리’만의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캠핑 좋죠. 하지만, 캠핑장을 우리만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캠핑장을 통째로 빌려야 하는 건가요?

네. 캠핑장에서는 분명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우리만 사용할 수 있는 바비큐 시설, 우리만 사용할 수 있는 싱크대가 있다면 어떨까요? 캠핑카입니다. 자동차의 ‘차(車)’와 머문다는 뜻의 ‘박(泊)’을 합친 ‘차박’이란 신조어도 있잖아요. 자동차를 활용한 캠핑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고 있죠.

캠핑카는 1908년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포드’가 자사의 자동차를 캠핑카로 개조한 것을 시작으로, 1913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캠핑카는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하는 기술을 꾸준하게 접목해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어요. 단순하게 노동자를 위한 임시 숙소나 장거리 여행자를 위한 숙박 시설을 넘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출처: 필자 제공
출처: 필자 제공

아직 ‘캠핑카 문화’는 어색합니다. 국내에서 쉽게 보기도 어렵고, 얼마나 편리한지도 잘 모르겠어요.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우울감 및 암담함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으며, 전 세계 사람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캠핑카를 이용한 여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캠핑카·캠핑 시장은 캠핑카를 포함해 각종장비, 캠핑용품, 에너지공급 등 캠핑카에 필요한 장비를 함께 포함합니다. 글로벌 리서치펌 ‘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시장 규모는 398억 5,000만 달러(한화 약 47조 2,000억 원)에 달해요. 연평균성장률은 6%로 2021년 450억 7,000만 달러(한화 약53조 3,000억 원)에서 2025년 566억 달러(한화 약 67조 2,000억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코로나19 이전, 국내에서는 캠핑카에 대한 관심이 해외와 비교해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독일,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캠핑카 관련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그 위상과 산업 규모는 크게 늘어나고 있어요

자동차 산업 강국 독일은 매년 세계 최대 규모의 캠핑카 전시회 ‘카라반 살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전시회는 약 350개 기업이 참여했는데요. 참고로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전시회는 645개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그런데요. 특이하게도 2020년 전시회에서 판매는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전시회 측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시회에 새롭게 방문한 방문객 비중이 전체의 42%를 차지했고, 캠핑카 제조업체의 75%가 2019년보다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네요.

독일의 카라반 살롱, 출처: 카라반 살롱 홈페이지
독일의 카라반 살롱, 출처: 카라반 살롱 홈페이지

일본도 2020년 이후 매년 캠핑카에 특화된 ‘후쿠오카 캠핑카 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캠핑카를 주목하고 있는거죠.

지난 2020년 개최한 독일의 ‘카라반 살롱’과 ‘후쿠오카 캠핑카 쇼’를 종합하면, 캠핑카 산업의 주요 트렌드는 고급 캠핑카와 경 캠핑카의 양극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캠핑카에 주택 기능을 접목하고 고급화, 안전화, 자동화 및 저렴한 유지비에 관심이 높았어요. 자율주행, 로봇 기술 등 자동차 주행 관련 신기술을 접목하기 보다, 우리 삶의 편의를 위한 신기술을 접목하는 셈이죠.

일본의 후쿠오카 캠핑카 쇼, 출처: KOTRA 해외시장뉴스
일본의 후쿠오카 캠핑카 쇼, 출처: KOTRA 해외시장뉴스

캠핑카에 대한 관심 정도가 아니라 실제 수요도 증가하고 있군요? 그렇다면 최근 주목받는 캠핑카, 또는 기업이 있나요?

캠핑카는 여러 기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숙박은 물론이고, 취식도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어느 정도 일반적인 주행 성능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캠핑 공간을 위로 확장할 수 있는 캠핑카를 제작한 업체가 있습니다.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 ‘SAIC Motor (SAIC)’가 지난 2011년 설립한 자회사 ‘Maxus’입니다. Maxus는 캠핑카 전문 생산 업체는 아니지만, 지난 2021년 2월 ‘Maxus Life Home V90 Villa Edition’을 출시하며 전 세계 캠핑카 매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엘리베이터 기능을 접목해 차량 내부 공간을 좌우로 확장시키고, 위아래로도 확대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캠핑카는 차량 정박 후 차체를 상하좌우로 확장시킨 뒤, 엘리베이터를 통해 2층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생활공간을 제공해 주방, 수면공간 시설 외에도 바와 넓은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확보한 것이죠.

또한, 맞춤형 LED 조명, JBL 사운드 시스템, TV 또는 프로젝터용 연결 설비, 세탁기 및 에어컨 등의 시설도 탑재하고 있어요. 움직이는 집이라고 할 수 있죠.

출처: Maxus 홈페이지
출처: Maxus 홈페이지

캠핑카가 하나의 집처럼 느껴지네요. 숙박 이상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캠핑카를 이용하기 수월한가요?

그동안 국내에서는 여러 규제로 인해 캠핑카 관련 산업 성장은 더뎠습니다. 일반차량을 캠핑카로 개조하는 데 제한되어 있어 다양한 종류의 캠핑카를 보기 어려웠죠.

하지만, 지난 2020년 2월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튜닝활성화를 위해 승용차, 화물차, 특수차 등 캠핑카 개조를 완화하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여가 문화 발달로 캠핑카 수가 증가하는 등 늘어난 관심에 대한 조치로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국내 캠핑카 차종 확대, 캠핑카 기준 완화, 캠핑카 튜닝 시 승차정원 증가 등을 허용했습니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캠핑카를 대여사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어요. 향후 우리나라도 캠핑카 관련 산업 성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요?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10월, 현대자동차가 독일에서 매년 개최하는 ‘뒤셀도르프 캠핑카 전시회’에 참석해 최신 기술을 활용한 리튬 이온 배터리, 인버터, 냉각 시스템, 과열보호기, 내화재료 등 캠핑카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부품을 선보였어요.

또한, 국내 RV(Recreation Vehicle) 전문 기업인 에이스캠퍼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기술 수출 계약을 맺고 합작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에이스캠퍼는 다양한 라인업의 캠핑카를 생산하는 것 외에도 자체 개발한 레저문화 IoT 플랫폼 '종합 레저 문화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출처: 필자 제공
출처: 필자 제공

캠핑카 대중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나 기술 등은 무엇이 있을까요?

국내에 등록된 캠핑카는 2019년말 기준 2만 4,869대로 2014년(4,131대) 대비 6배 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캠핑카 관련 시장 확대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되죠.

다만, 아직까지 캠핑카 이용을 위한 편의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라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확산으로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 또는 캠핑카를 활용한 캠핑 수요는 급증했는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캠핑할 수 없는 지역에서의 정박, 무료 공용 주차장에서의 장기 주차 등이죠.

캠핑카는 매일 사용하는 차량이 아닙니다. 때문에 장기간 주차하는 일이 많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요. 또한, 정박 후 캠핑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캠핑 불가 지역인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캠핑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캠핑 선진국과 비교해 아쉬운 상황이죠.

캠핑카 시장 확대는 차량 산업 확대를 넘어 캠핑에 필요한 가전, 용품, 도구 등 제품 산업의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향후 적절한 대응안과 인프라 구축으로 다양한 유관 산업의 동반 성장 기회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동아닷컴 IT 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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