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해양안전 지킴이 ‘KOOS’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를 부탁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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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m 단위로 수온-파고 등 분석, 한반도 주변 바다 상황 수집-예측
매년 늘어나는 조난사고 대비하고 건조 선박 성능시험에 적용하기도
2013년 개발해 다양한 분야서 활약
입체 관측 가능한 해상부이 한개뿐, 슈퍼컴퓨터 도입해 정확도 높여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진이 해양예측시스템(KOOS)이 예측한 한반도 인근 해류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진이 해양예측시스템(KOOS)이 예측한 한반도 인근 해류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지난해 12월 제주 부근 해상에서 저인망어선 32명민호(39t)가 파도에 휩쓸려 전복돼 침몰하며 배에 타고 있던 7명이 실종됐다. 해경은 전력 수색에 나선 끝에 사고 후 15일 동안 인근 해상과 방파제에서 선원 6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비록 1명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으나 해상사고가 발생하면 조류 탓에 시신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로 꼽힌다.

당시 해경의 수색 작업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개발한 해양예측시스템(KOOS)이 동원됐다. 바다의 복잡한 조류와 해상 상황을 예측하는 분석 프로그램이다. 2일 부산 영도구 해양과기원에서 만난 권재일 해양재난재해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해양 조난 사고가 매해 10% 이상씩 늘어나 빠르고 정확한 해양 환경 예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예측 결과를 도출하는 시간을 기존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고 예측 기간도 3일에서 7일로 늘렸다”고 했다.

○허베이스피릿호 사고 계기로 예측시스템 탄생


해양예측시스템은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과 염분, 파랑, 해수면, 유속 등을 수집해 시시각각 변하는 해양 환경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개발됐다. 바다에 띄운 해양관측용 부이와 기상관측소, 천리안 위성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리 만들어둔 예측 모델을 통해 한반도 동해, 서해, 남해 바다 전역의 수온과 염분, 해류, 이산화탄소 농도, 수질, 파고 등을 300m 단위로 세세하게 알려준다.

이런 예측시스템의 필요성은 2009년 허베이스피릿호의 기름 유출로 충남 태안 해안이 1만2547kL(킬로리터)의 원유로 뒤덮이는 사고를 겪은 후 처음 제기됐다. 당시 방재당국은 단순 해류의 흐름만을 토대로 기름이 12시간 뒤 해안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름띠가 예상외로 빨리 해안에 도착하면서 미리 대비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3년 처음 선보인 해양예측시스템은 해류 외에도 해수면과 염분 등을 종합해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 한반도 주변 해역 외에도 북서태평양 지역의 해양 정보를 12시간마다 발표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을 260만 개 구역으로 나눠 83%의 정확도로 정보를 제공한다.

○해양선진국만 하는 전 지구 분석


2018년부터는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해양 분석도 시작했다. 한반도 연근해가 아닌 먼바다에서 조류를 타고 들어오는 해류 정보까지 포함해 예측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전 지구 해양 분석은 미국과 러시아, 유럽, 일본 등 일부 해양 선진국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기상 정보는 국가 간 공유가 활발한 반면 해양 정보는 그렇지 않은 편이다. 예측에 필요한 해저 지형도와 같은 정보 상당수가 국가기밀로 관리되기 때문이다. 미국만 해도 해군이 해양대기청(NOAA)보다 자료가 더 많고 예측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양예측시스템도 현재 국립해양조사원과 해군에 이전해 여러 해양 조난 사고에서 활용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해양 선박 사고는 2015년 2101건에서 2019년 2971건으로 41.4% 늘어났다. 인명 피해도 2015년 395명에서 2019년 574명으로 증가했다. 일본이 지난달 25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원전으로부터 1km 떨어진 앞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반도 인근 해역 해류 예측의 중요성 또한 커진 상황이다.

○부이 늘리고 슈퍼컴 도입해 정확도 높인다


해양 환경을 예측하는 기술은 다른 산업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해류 예측 기술을 이전받아 새로 건조한 선박의 성능시험에 적용했다. 해류와 같은 바다의 상황을 미리 알아야 시험에서 건조에 1000억 원 이상이 드는 선박을 시험하며 운항 속도 등 성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자율 운항 선박에도 활용될 수 있다. 권 책임연구원은 “해류를 미리 알고 활용하면 부산에서 제주까지 12시간이 걸리는 선박 운항 시간을 1시간 이상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양예측시스템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는 해수면부터 바닥까지 입체적으로 해양 관측이 가능한 부이가 서해에 한 개밖에 없어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관측 해역과 시스템의 예측 결과를 비교해 정확도를 확인하는 해상 부이도 한반도 외해에는 없다.

해양과기원은 관측 해역을 늘리고 기상청처럼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면 2029년까지 6시간 내로 분석을 마치고 최대 30일까지의 해양 정보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기영 해양과기원 해양재난재해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현장에 제공할 자료를 만들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를 빨리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답답했던 적이 많다”며 “해양 대응 분야에도 슈퍼컴퓨터가 도입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해양예측시스템#해양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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