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판이 처음 움직인 건 36억년 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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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연구팀
지르콘 화학성분 분석으로 규명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연구팀이 연구에 활용한 지르콘. 검은 원은 화학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레이저를 쏘며 생긴 구멍이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제공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연구팀이 연구에 활용한 지르콘. 검은 원은 화학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레이저를 쏘며 생긴 구멍이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제공
지구의 대륙과 해양 지각을 구성하는 10여 개의 판이 36억 년 전에 처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재도 1년에 수cm씩 움직이며 지진이나 화산 활동을 만들어내는 지구의 판이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이 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클 애커슨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연구원팀은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가장 오래된 광물인 지르콘을 분석한 결과 36억 년 전 지각판이 형성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연구결과를 14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지오케미컬 퍼스펙티브 레터스’에 발표했다.

규산염 광물인 지르콘은 지층의 나이를 알려주는 ‘보석’으로 불린다. 내부 성분에 따라 다른 빛을 띠는 지르콘에는 우라늄 등 소량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들어있다. 동위원소의 방사성물질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이용해 지르콘의 생성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 풍화돼 없어지지 않는 한 잘 변질되지도 않아 생성 당시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다.

연구팀은 호주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주 잭힐스에서 암석을 수집하고 분쇄해 머리카락만 한 두께의 지르콘 알갱이 3500개를 얻었다. 44억 년 전 만들어진 잭힐스 지역에서는 30억 년 전보다 오래돼 지구 초기의 역사를 담은 지르콘이 다수 분포한다.

지르콘의 화학 성분을 분석한 결과 36억 년 전부터 암석 내 알루미늄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알루미늄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지르콘과 결합하려면 고온과 고압의 극한 지질 조건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과거보다 지구 표면 더욱 깊숙한 곳에서 암석이 만들어졌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후 지구가 냉각하면서 표면이 암석으로 점차 굳고 지각이 두꺼워진 결과 현재 100km에 가까운 두께의 지각판이 만들어졌고 지각판이 맨틀 위를 떠다니는 현재의 ‘판 구조론’이 시작됐다고 봤다.

연구팀은 캐나다 북부에서 발견된 40억 년 된 아카스타 편마암에서도 이 시기 지각이 두꺼워지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애커슨 연구원은 “지르콘은 지구가 왜 독특한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며 “약 36억 년 전에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기자 shinjsh@donga.com
#지구의 판#36억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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