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와이파이’ 막았던 韓이통사…이제는 ‘대세’ e심 외면하나

뉴스1 입력 2021-04-01 07:32수정 2021-04-0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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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 본사 © 뉴스1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폰의 절반에 별도 유심칩이 필요없는 ‘e심’(eSIM)이 탑재될 거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폰의 50%에 e심이 탑재될 것”이라며 “e심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스마트 기기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예측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e심은 상호 연동성과 보안성을 향상시키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스마트기기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뿐 아니라 웨어러블, 자동차, PC, 라우터 등 다양한 범위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고 있는 e심을 막상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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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심 도입되면…소비자는 번호이동 간편·가계통신 절감 등 장점 있어

심(SIM) 카드는 이동통신에서 가입자를 인증하고,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 접속을 가능케 해주는 가입자 식별 모듈(Subscriber Identity Module)의 앞글자를 딴 단어다. 국내에서는 범용(Universal) 가입자 식별 모듈을 줄여 ‘유심(USIM)칩’이라고도 부른다.

e심은 지난 2018년 스마트폰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e심의 e는 ‘내장형’(embedded)을 뜻한다. 물리적인 모듈 칩을 이용해야 했던 것과 달리, e심은 기기 자체에 내장된 칩의 가입정보를 이동통신사에 등록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e심을 활용하면 가입·해지 등에도 이동통신사를 찾을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해외에 나갈 때에도 현지 유심칩을 판매하는 곳을 찾기 위해 헤매거나 교환한 물리 심을 잃어버릴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또 물리 심과 e심을 동시에 지원하는 스마트폰같은 경우에는 ‘듀얼심’ 기능도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듀얼심을 이용하면 데이터는 알뜰폰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이동통신사의 저렴한 요금제로 회선을 유지하는 등 소비자는 필요에 따라 두 개의 번호, 두 개의 이동통신사, 두 개의 요금제를 한 개의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게된다. 가계 통신비 절감에도 도움이 되는 셈이다.

◇e심 도입하면 판매 수익·가입자 잃는 이통사는 ‘시큰둥’

이처럼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점만 있는 e심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e심을 사용할 수 없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e심 도입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e심을 도입할 경우 먼저 이동통신사들은 ‘유심칩’ 판매 수익을 잃는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실물 유심칩 가격을 지난 2018년부터 7700원으로 책정해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유심칩의 원가는 이동통신사들이 인하한 가격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000원~3000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동통신사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이 유심칩을 8800원에 판매하던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유심판매로 올린 매출만 7549억원이다. 유심칩 판매로만 매년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려왔던 셈이다.

유심 매출 뿐만 아니다. 소비자들은 새로 유심칩을 발급받아 갈아끼울 필요가 없이 등록만 새로하면 되기 때문에 ‘번호이동’ 절차가 훨씬 간편해진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가입자 지키기가 어려워진다.

◇내수 모델만 ‘와이파이 기능 제거’ 떠올리게 하는 ‘e심 제거’ 폰

이같은 이동통신사들의 e심 미지원은 지난 2009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직전까지 국내 이동통신시장에는 ‘와이파이’(WiFi) 미탑재 폰만 유통됐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이동통신사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들에 국내 출시 단말기에서는 와이파이 기능을 제거해달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LG전자는 지난 2009년 출시한 피처폰인 ‘뉴초콜릿폰’은 국내 모델만 와이파이 기능을 제거하고 “국내 사용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내놔 원성을 샀다.

이외에도 당시 국내 제조사들의 피처폰의 거의 대부분은 와이파이 기능을 빼고 네이트·매직엔·이지아이 등 ‘위피’(WIPI) 기능만 탑재한 채 출시해 국내 소비자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같은 상황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이폰 출시되기 전까지 이어져왔다. 아이폰 출시 이후에야 국내 제조사들도 국내 모델에도 와이파이 기능을 넣었다.

◇삼성 “시장 상황에 맞게 제품 사양 결정해 출시…시장 상황 따라 검토”

삼성전자 갤럭시S20에 e심 기능을 탑재했지만 국내 출시모델에는 e심 기능을 제거했다. 이는 올해 출시된 갤럭시S21 역시 마찬가지다. 2021.1.29/뉴스1 © News1
e심 역시 와이파이 제거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0에 e심 기능을 최초로 탑재했다. 그러나 글로벌 모델뿐만이다. 국내 출시모델에는 e심 기능을 제거했다. 이는 올해 출시된 갤럭시S21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각 시장 상황에 맞게 제품 사양을 결정해 출시하며, 현재 국내 출시 제품은 e심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라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제공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아이폰XS 이후 모델에 e심 기능 자체는 탑재돼 있지만,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지원을 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 단, 알뜰폰 통신사인 티플러스의 경우,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SK텔레콤 망에서 e심 기능을 구현해 지원 중인 상황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크기·방수방진 등의 문제로 e심 탑재가 거의 필수적인 스마트워치의 셀룰러 모델 등에만 ‘e심’ 기능을 제공 중이다.

◇이통3사 “e심 도입 검토 중이지만 정해진 바는 없다” 선 그어

이동통신사들은 e심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후생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스마트폰에서의 e심 지원 가능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측은 e심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제도적, 보완적 다각도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향후 e심 도입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KT는 “현재 KT는 스마트워치 등에서만 e심 기능을 제공 중”이라며 “e심을 적용하기 위한 인프라 문제, 악의적 도용 방지 대책 등 제도·기술적 선결 과제가 있어, 이에 대해 지속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LG유플러스 측은 e심 도입 가능성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며 답을 피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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