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미엄 추구하는 시대, 금융도 편리하게 ‘앱투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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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29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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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미엄. 편리함과 프리미엄의 결합한 신조어다. 소비자들이 편리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편리미엄의 주요 핵심은 ‘편리함’이다. 어렵지 않다. 소비자가 크게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내 시간을 대신해주는 제품과 서비스다.

편리미엄을 말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제품은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 의류건조기 등이다. 로봇청소기는 청소를 알아서, 식기세척기는 설거지를 알아서, 의류건조기는 빨래 건조를 알아서 해준다. 소비자가 할 일은 버튼 누르기 정도다. 아니, 요즘에는 제품 앞으로 다가가 버튼 누를 필요도 없다. 쇼파나 침대에 누워 리모컨을 누르거나 “청소 해줘”라는 음성으로도 할 수 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집안일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쇼파 위에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편리미엄’ 시사상식사전
쇼파 위에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편리미엄’ 시사상식사전

에어프라이어도 편리미엄 제품으로 바라본다. 튀김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기름을 끓이고, 튀김 요리를 한 뒤, 주변에 튄 기름을 청소하고, 남은 기름을 따로 버리는 등 귀찮은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에어프라이어는 버튼 몇 번만 누르면 간단하게 튀김요리를 만들어낸다.

내 손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은 무선 네트워크의 발전과 함께 모바일 시대를 불러왔다. PC와 인터넷을 스마트폰과 무선 네트워크가 대체했다. 가장 큰 변화는 PC를 이용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만 했던 사용자의 경험을 ‘언제 어디서든’으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은 책상 앞 의자가 아니라 거실 쇼파 위, 내 방 침대 위, 학교나 직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 등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경험을 확장했다.

더 이상 사용자는 내일 아침 반찬거리를 구하기 위해 퇴근길 마트를 들릴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화면 클릭 몇 번이면 원하는 반찬거리를 집 문 앞에서 가져올 수 있다. ‘클릭 몇 번이면’ 속에는 많은 시간이 담겨있다. 마트에 가는 시간, 마트에서 반찬거리를 고르는 시간, 구매하려는 제품 가격을 다른 비슷한 제품 가격과 비교하는 시간, 계산하기 위해 지갑을 꺼내고 돈을 내는 시간, 반찬거리를 들고 다녀야 하는 시간 등이다. 이전에는 사용자가 직접 시간을 들여 발품팔이(노력)해야 했던 것들을 손쉽게 끝낼 수 있다. 또 다른 의미의 편리함이다.

새벽배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켓컬리 광고의 한 장면, 출처: 마켓컬리
새벽배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켓컬리 광고의 한 장면, 출처: 마켓컬리

이처럼 편리미엄을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는 결국 소비자의 시간을 대신 해결해주는데 있다. 쉽게 말해, 당신의 귀찮은 일을 대신 해준다는 뜻이다. 대신해주는 주체와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 사용자 경험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당사자가 어렵지 않고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이면 충분하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의사를 결정하고, 제품을 결제하고, 배송을 받는 일련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대다.

금융도 편리하게, 앱투앱 결제?

편리한 제품과 서비스의 근간은 무엇일까. 호수 위 아름다운 백조는 수면 아래에서 열심히 젓는 다리 때문에 떠 있을 수 있다. 꽤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백조가 열심히 휘젓는 다리처럼 소비자 대신 휘젓는 무엇이 필요하다. 그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일 수도, 새로운 기술일 수도, 지금껏 없었던 제품일 수도 있다.

‘앱투앱(App2App)’.

앱에서 앱으로라는 뜻의 앱투앱은 새로운 결제 방식이다. 앱을 통해 소비자가 판매자에게 구매 대금을 바로 이체하는 방식이다. 결제대행업체인 VAN사(밴사)와 PG(Payment Gateway, 전자지불대행)사 등을 거치지 않는다. 신용카드사도 필요 없다.

출처: 동아일보DB
출처: 동아일보DB

즉, ‘앱투앱’은 기존 카드업계가 구축한 결제 시스템과 별도로 계좌간 이체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핵심이다. 결제망을 따로 사용하지 않으니 전자결제 대행, 부가통신망(VAN)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계좌에 있는 금액 한도 내에서만 결제가 가능해 ‘체크카드’와 유사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흔히 사용하는 QR 결제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상점에 비치된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업주 계좌로 결제 금액을 이체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를 ‘계좌 투 계좌’ 결제라고도 말한다.

출처: 신동아
출처: 신동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 밴사, 전자결제대행업자(PG사)를 차례로 거치며 가맹점이 수수료를 내야 한다. 신용거래 특성상 부실에 대비한 대손비용까지 붙는다. 때문에 국내 일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평균 2%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앱투앱 결제는 가맹점이 송금 수수료만 내면 된다. 소비자는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를 겨냥해 앱투앱 결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금융당국은 앱투앱 결제를 활성화하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이 늘어나 카드사들이 자발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기존의 번거로움을 대폭 줄여 일상으로 자리 잡은 만큼 지난 2020년 3분기만에 2019년 연간 거래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앱투앱 연동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인지한 모바일 금융 플랫폼들이 기존 페이 기능을 넘어 생활 및 투자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출, 보험, 투자 등을 포함한 종합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라운드X가 선보인 앱투앱 API

지난 2020년 10월,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가 디지털 자산 지갑 서비스 ‘클립(Klip)’과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는 ‘앱투앱(App2App)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출시했다.

앱투앱 API를 도입하면, 클립과 서비스를 연동해 가상자산과 NFT 카드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서비스와 클립 간 자유롭게 전송할 수 있다. 클립을 이용해 서명, 지갑 연동, 디지털 자산 전송 등 블록체인의 다양한 기능을 편리하게 실행할 수 있다. 유저는 여러 앱을 동시에 실행시켜 번갈아가며 이용하거나 복수의 지갑을 관리할 필요 없이 클립만을 이용하여 간소화된 단일 PIN 번호로 디지털 자산을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 서비스 개발사는 자체 서비스 내 별도 지갑을 개발하지 않고, 클립을 이용해 서비스를 확장 및 발전할 수 있다.

쉽게 이해하자. 앱투앱 결제는 계좌 투 계좌다. 앞서 상대방 계좌에 내 계좌의 ‘돈’을 이체하는 방식이라고 언급했다. 그라운드가X가 출시한 앱투앱 API는 상대방 지갑에 내 지갑의 ‘디지털 자산’을 연동하는 서비스다. 지갑은 계좌, 디지털 자산은 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클립 앱투앱 API 관련 이미지, 출처: 그라운드X
클립 앱투앱 API 관련 이미지, 출처: 그라운드X

앱투앱 API는 그라운드X가 자체 개발한 키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키 관리 시스템(KMS·Key Management System)과 연동한다. 보안키를 암호화된 형태로 보관하는 KMS는 사용자가 직접 보안키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개인 실수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해킹에 의해 보안키 유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클립을 운영하는 그라운드X조차도 보안키에 접근할 수 없도록 설계했다.

앱투앱 API 제공하면서 그라운드X가 강조한 것은 편리함이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사용자에게 어색하지 않은, 쉽고 간편한 편의성을 강화했다. 앱투앱을 몰라도, 앱투앱 API를 몰라도, 가상화폐를 몰라도, 디지털 자산을 몰라도, 블록체인 기술을 몰라도 사용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지갑 속 돈을 꺼내듯,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클립의 앱투앱 API, 디지털 자산 관리 서비스 확대

클립은 카카오톡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지갑 서비스다. 사영자가 추가로 앱을 설치할 필요 없다. 카카오톡 모바일 앱 우측 하단 ‘더보기’ 탭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체 서비스’ 메뉴에서 이용할 수 있다. 회원가입과 로그인 등은 카카오 계정을 그대로 이용한다. 현재 클립은 클레이튼의 자체 토큰 ‘클레이(KLAY)’를 포함 총 16종의 가상자산과 다양한 종류와 속성의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디지털 카드를 지원한다.

지난 2020년 12월, 클립 출시 6개월만에 MZ세대(2030세대)의 블록체인·가상자산 서비스 사용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평가 당시 클립 전체 이용자 22만 명 중 60% 이상인 14만 명이 MZ세대로 집계, 이들이 모바일에서 직접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고, 각종 콘텐츠를 디지털 자산화할 수 있는 클립에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색하지 않고, 편리하게 느낀다는 방증이다.

최근 클립은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11월, 클립은 사용자가 블록체인 기반 소액 미술 투자 플랫폼 테사에서 미술품 분할 소유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NFT 카드를 발급했다. 또, 현대카드 발급 인증 카드, 비상장주식 공동투자 조합 가입 인증 카드, 명품 교환 카드도 클립에서 제공되고 있다.

미술품 투자 플랫폼 테사TESSA와 클립(Klip) 앱투앱 연동 화면, 출처: 테사
미술품 투자 플랫폼 테사TESSA와 클립(Klip) 앱투앱 연동 화면, 출처: 테사

테사는 미술관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미술 작품을 분할 소유할 수 있는 인증권을 판매해 누구나 소액부터 결제 가능한 온라인 미술품 플랫폼이다. 미술품의 가치를 많은 사람이 공동 소유하는 개념이다. 테사 측은 “새로운 디지털 자산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앱투앱 API를 적용해 쉽게 관리할 수 있다. 우리가 인증하는 소유권을 통해 다른 서비스와 연동해 제공하는, 앱투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추구한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 서비스 등이 추구하는 바 역시 편리함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사용하는 방법도 편리해야 한다. 금융, 간편결제, 앱투앱, 블록체인 등 낯선, 어려운 단어와 개념을 파악할 필요가 있을까. 그보다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화면 클릭 몇 번만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편리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사용법이 복잡하면 도망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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