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염증성 장질환 재발률 높아 약 꾸준히 복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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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성 대항병원 소화기내과 부원장(전문의)

최용성 대항병원 소화기내과 부원장(전문의)
최용성 대항병원 소화기내과 부원장(전문의)
겨울철에는 노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장염이 많이 발생한다. 노로 바이러스 장염이 겨울철 흔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이 바이러스가 영하 20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하기 때문이다. 주된 증상은 설사, 복통, 구토, 발열 등이며 심하면 탈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익히지 않은 음식을 가급적 피하고 손을 깨끗이 자주 씻어야 한다.

감염성 장염과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겹쳐지면 흔히 오인할 수 있는 질환 중 하나가 염증성 장질환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기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이 이에 속한다.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 서구화된 식습관, 흡연 등 여러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과거에는 서구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었는데 최근 10년 사이 환자 수가 2배로 늘 정도로 국내 유병률도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진단은 현재 보통 임상적인 증상과 내시경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주된 증상은 복통, 설사, 혈변, 점액변 등이 있으며 이 밖에도 체중 감소, 식욕 부진, 심한 피로감, 발열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복통, 설사 등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4주 이상 장기간 지속되고 혈변, 점액변 및 체중 감소 등의 증상까지 동반된다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성 장염은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호전되지만 염증성장질환은 반드시 적절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완치할 수 치료 방법은 없으며 증상이 거의 없는 관해 상태를 유도하고 이를 가능한 한 오랜 기간 유지하는 데 치료 목표를 둔다. 장기적으로는 치료를 통해 질병에 의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운 경증일 때는 대부분 5-아미노살리실산(5-ASA, 항염증제) 제제로 치료를 시작하고 증상이 심하거나 5-ASA로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평생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으로 꾸준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낮은 것이 문제다. 환자 10명 중 3명에 해당하는 30%가량이 여러 이유로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질환의 악화와 재발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로 연구 결과 5-ASA 제제를 꾸준히 복용한 환자의 2년간 재발률은 11%였던 것에 반해 약제를 꾸준히 복용하지 않은 환자의 재발률은 61%에 달했다.

그래서 진료 현장에서는 어떤 약제를 사용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이 약제를 잘 복용하게 하기 위한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에는 5-ASA 제제도 휴대가 용이하고 하루 1회 복용이 가능한 과립제제, 고용량제제 등으로 다양화돼 환자의 여건과 성향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해 사용하면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며 치료를 잘하면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의사의 안내에 따라 필요한 치료를 잘 유지해 환자들의 소중한 삶을 지킬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최용성 대항병원 소화기내과 부원장(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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