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생태계 키우려면 공공의료 데이터 공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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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연 ‘바이오미래포럼’ 개최
‘아시아 바이오 허브’ 싱가포르… 100만명 게놈데이터 수집 나서
‘바이오 클러스터’ 도시 美 보스턴… 1000개 기업 보유 특허만 5600개
“신약개발 등 바이오 혁신 위해선 공공-민간 데이터 통합 시켜야”

미국 보스턴은 글로벌 제약사 20여 곳을 중심으로 1000개 바이오 기업이 입주해 있는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 도시다. 바이오 분야 보유 특허만 5600개에 이를 정도로 연구가 활발하다. 관련 산업 종사자 수는 8만 명 이상이다. 영국은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 등 연구기반이 우수한 대학 중심으로 생어연구소,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등 80여 개 기관이 집적해 바이오 신약을 만들고 있다.

한국 바이오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활성화할 방법을 학계와 산업계,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행사가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주관하는 ‘제5회 바이오미래포럼’이 16,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열렸다. 2015년 처음 시작된 바이오미래포럼은 세계 바이오 트렌드를 분석하고 정책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해외의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바이오 분야 산업 생태계 발전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첫날 개최된 국제 세션에서는 바이오 생태계 조성에 성공한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등의 사례가 공유됐다.

한남식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너연구소 교수는 “케임브리지 시내에만 24개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며 “이곳에서 5000개 이상의 지식집약 기업이 운영되며 6만1000명의 연구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이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은 23조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축구장 14개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글로벌 제약회사 연구소와 생산공장, 벤처, 스타트업 등이 모인 ‘바이오폴리스’를 운영 중이다. 2016년까지 1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곳으로, 고가의 연구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 분야의 원유’로 불리는 의료 및 유전체(게놈)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가 더해지면서 아시아의 바이오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패트릭 탄 듀크-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교수는 “인구의 6분의 1인 100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해 현재 1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보건비용을 최소화하고 국민 보건을 증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국의 전문가들은 바이오 분야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공유와 응용 역시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은 공공의료 데이터가 잘 갖춰진 나라임에도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아 바이오 발전이 어려운 나라로 꼽혔다.

루크 스와보미르스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과 보건경제학 담당관은 “희귀질환을 연구하거나 정밀의학을 발전시키려면 국경과 분야를 넘어선 데이터 공유와 협력이 중요한데 한국은 이런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그는 또 “특히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고 일관성도 없어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개선을 주문했다.

한남식 교수도 “한국이 바이오 분야 생태계를 만들려 노력하는데, 바이오 분야만 보지 않고 정보기술(IT) 등 다른 분야와 함께 키우는 ‘다양성’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IT나 인공지능(AI)에 강점이 많은 만큼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추진하려면 먼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바이오 산업#바이오미래포럼#산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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