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의 시대 ①] 게임은 질병 인가?-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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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9일 1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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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 72차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게임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2016년에 이미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 계획을 포함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WHO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를 최종 확정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만큼 게임업계는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다가온 게임 질병의 시대, 국내 게임산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하고 사회적 합의는 어떻게 이뤄져야할까. 본지에서 짚어봤다.>

-해당기사는 [게임 질병의 시대 ①] 게임은 질병 인가?- 3부와 이어집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본 기자가 느낀 것은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게임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었나?"라는 것이었다. 게임 산업은 한국에서 등장한 산업군 중 유일하게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없이 성장한 산업이다. 2000년대 초 시작된 벤처 창업 붐을 타고 게임산업이 시작되었지만, 게임산업만을 위한 지원 정책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회의 따가운 시선만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많은 이들이 게임을 하는 뇌와 마약을 하는 뇌가 유사하다는 지난 2009년의 분당서울대병원의 연구 발표를 들어 게임 중독의 실체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2013년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네이처'에 기재한 '3D 비디오 게임이 노인들의 뇌 활동을 촉진시킨다'는 연구 결과 등 게임이 뇌발전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수 많은 연구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는다.

게임 플레이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게임 플레이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또 ICD-11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록으로 게임은 중독 물질이 맞다고 주장하지만, ICD-10에는 '카페인 중독'도 명시되어 있었다. '카페인 의존 증후군'은 'F15.2' 코드로 등록되어 있고, 심지어 이는 마약과 술과 같은 항목인 물질 중독군으로 분류된다. 이 코드로 인해 카페인 중독자를 양성한다며, 카페나 커피 산업에 대한 제재가 이루어 졌는가? 그렇지 않다. 이런 진단명이 있어서 사회적으로 커피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없었음에도 굳이 게임만 이토록 규제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보호자가 근접해 있는 소아, 청소년 층이라 할 수 있다. 게임에 몰두해 무단 결석하고, 성적이 떨어진다고 자녀를 게임 중독과 결부시키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며, 실제로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ADHD나 우울증의 증상이 게임 과몰입과 연결된 경우도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과 게임이 문제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한 아이가 공부만으로 직업을 찾아가는 것은 굉장히 드물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등장하는 모든 문화 콘텐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게임과 접촉을 사전에 막아 버린다면 그것은 자녀가진 또 하나의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기성세대가 좋던 싫던,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게임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해외서 한국을 방문할 때 가장 가고 싶은 장소 중의 한곳이 'PC방'이라는 것은 유명한 일이고, 수 많은 한국 e스포츠 스타들이 해외서 활동하며, 지금 해외의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은 매우 긍정적인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게임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게임 산업 종사자들은 게임 중독이라는 명시화 된 진단명이 생겨버리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각한 지금 상황보다 더욱 안 좋아 질 것인가를 우려하고 있는 처지다. 이미 게임을 즐겨본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훨씬 많은 지금 상황에서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인정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 마저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단순히 게임을 없앤다 한들 또 다른 요소가 등장해 과몰입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며, 가정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증진시킬 수 있는 범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정의준 교수의 발언처럼 게임은 단순히 하나의 요인일 뿐 게임을 없앤다 한들 기성세대들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제 2, 제 3의 게임이 나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게임이 중독 물질인지, 아니면 게임을 즐김으로서 어떤 장단점이 생기는지 아직 구체적이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게임 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지금. 복잡하게 얽힌 서로의 이해관계와 오해를 풀고, 게임에 대한 이해를 하고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에 대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때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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