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시기상조..? 8K TV의 세 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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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7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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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HD 해상도(1920x1080)가 고해상도 취급을 받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K(3840x2160)를 넘어 8K(7680x4320) 디스플레이 시대가 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31일 올해 내로 8K 해상도 QLED TV를 화면 크기별로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와 하이얼, TCL 등 중국 가전 업체들도 올해 내로 8K 해상도의 TV를 출시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가 8K TV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IHS마켓에 따르면 8K TV의 전 세계 판매량은 2019년 33만 8000대, 2020년 175만 1000대, 2021년 372만 5000대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파나소닉, 하이얼 등 주요 가전 업체들은 8K 기술 활성화와 표준 확정을 위해 8K 어소시에이션을 구성하고 다른 가전업체와 넷플릭스, 아마존 등 콘텐츠 업체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8K QLED TV(이미지=삼성전자)
삼성전자 8K QLED TV(이미지=삼성전자)

하지만 8K 해상도 TV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유는 부족한 콘텐츠, 표준규격의 부재, 콘텐츠 전달의 어려움 등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사용자와 전문가들이 8K TV에 의구심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8K 콘텐츠의 부재다. 현재 일부 고해상도 카메라를 제외하면 8K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일반 사용자용 기기 가운데 8K 촬영을 지원하는 기기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K TV에서 8K 해상도 미만의 콘텐츠를 재생하면 필연적으로 화질 열화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TV 제조사들은 다양한 '업스케일링(화질이 떨어지는 동영상 콘텐츠를 화질이 좋아보이도록 보정해주는 기술)' 기술을 TV에 도입하고 있지만, 순수 8K 콘텐츠의 화질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8K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도 아직 없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4K 콘텐츠를 확보했다고 평가받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에도 8K 콘텐츠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유튜브에 일부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올려놓은 샘플 동영상이 8K 콘텐츠의 전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대부분의 동영상의 콘텐츠가 4K는 커녕 풀HD 해상도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8K 해상도가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얼마나 이점으로 작용할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8K 디스플레이는 하나 둘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 관련 콘텐츠는 전무한 상황(이미지 = 삼성전자)
8K 디스플레이는 하나 둘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 관련 콘텐츠는 전무한 상황(이미지 = 삼성전자)

8K TV를 위한 연결규격도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TV와 외부 기기를 연결하기 위해 가장 널리 이용되는 HDMI 2.0 단자의 경우 4K 60프레임까지만 전송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중의 8K TV는 차세대 연결규격인 HDMI 2.1을 채택했다. 하지만 HDMI 2.1도 8K 해상도를 완벽히 감당할 수 없다. 8K 30프레임까지만 전송할 수 있고, 8K 60프레임이나 120프레임 영상을 전송하려면 '디스플레이 스트림' 기술을 활용해 영상을 압축해서 전송해야 한다. 영상을 압축하지 않고 전송하는 것에 비해 화질이 떨어지고, 지연시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HDMI 2.1이 8K 시대 보다는 4K 120프레임(144 포함) 같은 고주사율 콘텐츠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규격이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즉, 현재로선 8K TV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연결규격은 없다. 초기 4K TV가 겪었던 것처럼 초기 8K TV 역시 연결규격을 두고 진통이 생길 전망이다.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도 문제다. 현재 무선으로 8K 콘텐츠를 전달하는 기술은 일본 NHK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실험해본 것이 전부다. 당연히 방송 표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선으로 8K 콘텐츠를 전달받는다 해도 실시간으로 문제 없이 8K 영상을 재생하려면 최소 120Mbps(초당 15MB) 이상의 대역폭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이용 중인 100Mbps급 인터넷 연결망에선 8K 영상 자체를 제대로 재생할 수 없다. 인터넷 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한국에서 조차 8K 콘텐츠 전송은 시기상조인 셈이다.

또한 고급 제품 특유의 높은 가격도 8K TV의 빠른 보급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8K TV의 원년이라고 해서 바로 8K TV를 사는 것은 추천할만한 일이 아니다"며, "8K 관련 기술 표준이 확실히 정해지고, 8K 콘텐츠의 수가 충분히 늘어난 후 제품을 구매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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