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인슐린’ 보리… 대체 식량에서 최고의 건강식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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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만성질환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민 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성 2명 중 1명은 비만, 3명 중 1명은 고혈압, 5명 중 1명은 고콜레스테롤혈증, 8명 중 1명은 당뇨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쌀 생산량의 증가로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보리가 이러한 질환의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그 이유는 보리에 함유된 베타글루칸 성분 때문이다. 베타글루칸은 여러 곡물 중에서도 보리에 가장 풍부한데 ‘자연 인슐린’이라고 불릴 정도로 혈당 조절력이 뛰어나 비만, 당뇨 등 현대인의 생활 식습관을 해결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보리는 풍부한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어 장 건강에도 좋다. 식이섬유는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영양소로 변을 부드럽게 만들고 장운동을 도와 변비를 해소한다. 쌀에 비해 비타민 B1, B2, 나이아신, 엽산, 칼슘, 철분 등도 풍부해 각기병이나 빈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폴리페놀 화합물도 풍부해 노화를 예방하고 면역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보리의 영양학적 가치로 인해 보리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도 높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일본 가정용 시장에서 찰보리 매출은 총 46억 엔(약 452억 원) 규모로 일본 잡곡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찰보리는 찰성이 있어 일반 겉보리나 쌀보리보다 먹기 편하며 식감이 부드럽고 소화 흡수율이 좋아 다이어트 효과도 높다.

보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보리의 건강 기능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2018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에는 보리에 관련된 두 건의 연구가 포함됐다. 국내 음료 시장에서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블랙보리 음료는 흑누리라는 국내산 검정보리 신품종 개발이 있어 가능했다. 흑누리는 안토시아닌,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의 항산화 효과가 있는 기능성 물질이 일반 보리보다 많고 면역력을 높이는 베타글루칸과 당 함량이 높아 빵, 커피, 차 등 가공 제품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보리의 어린순(싹을 틔워 약 15cm 자란 것)인 새싹보리에도 주목할 만하다. 새싹보리는 알칼리 함유량이 토마토의 11배 이상, 칼슘은 우유의 4.5배, 철분과 칼륨은 시금치 대비 각각 16배, 2.1배 함유되어 있는 등 영양학적 가치가 높아 건강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보리는 쌀, 밀, 콩, 옥수수와 함께 5대 곡물로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이다. 쌀·밀에 비해 1000년 이상 앞서 재배됐으며 과거 우리나라의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했던 대표적인 곡물이다. 10월부터 11월 사이에 파종해 6월 말부터 7월 말에 생산되는 보리. 겨우내 찬바람을 이겨내고 푸릇하게 돋아나는 보리의 생명력 안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풍부한 영양 성분들이 가득하다. 우리 민족이 어려울 때, 쌀을 대신할 식량으로 사랑받았던 보리가 이제 현대인을 위한 건강식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동아일보·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정지혜 기자 chiae@donga.com
#헬스동아#건강#농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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