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핵 환자 11월부터 증가해 1월에 최다”… 겨울철 항문질환 주의보

  • 동아일보

추위로 활동량 줄고 혈액 순환 안돼… 잘못된 배변습관이 치핵 유발-악화
배변 후 따뜻한 물로 좌욕하면 도움

직장인 김모 씨(35)는 한동안 화장실에 갈 때마다 말 못할 고통을 참아야 했다. 처음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차 통증이 심해졌다.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병원 방문을 미루다 올해 초 뒤늦게 치핵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면 치핵, 치루 등 항문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추위 탓에 활동량이 주는 데다 항문 주변 근육과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치질은 증상에 따라 치핵, 치루, 치열 등으로 구분된다. 치핵은 항문 주변의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혈관과 조직이 돌출하면서 출혈과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치루는 항문 괄약근 주변에 염증이 생겨 곪는 증상이고, 치열은 항문이 찢어지는 증상이다. 치질 환자 10명 중 7, 8명이 치핵이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2∼2016년 5년간 월별 평균 치핵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11월부터 환자가 증가해 날씨가 가장 추운 연말 연초에 정점을 찍은 뒤 봄철부터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 환자 수가 5년 평균 8만7712명으로 연중 가장 많았고, 3월 8만5297명, 2월 8만5100명, 12월 8만588명 순이었다.

치핵이 생기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령, 임신, 만성변비나 설사, 잘못된 배변 습관이 치핵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남성 치핵 환자 중 60대(인구 10만 명당 1651명)와 70대(인구 10만 명당 1650명)가 가장 많은 것은 음주나 흡연, 잘못된 배변 습관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 반면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하는 20, 30대에서 치핵 환자가 가장 많았다.

치핵 증상이 초기라면 식이요법, 좌욕 등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치핵이 재발하거나 이미 치핵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치질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원활한 배변을 위해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기름진 음식이나 가공음식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수다. 화장실에서 책이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오래 앉아있는 것은 금물이다. 배변 시간이 길어지면 항문이 받는 압력이 증가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배변 후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다만 너무 뜨거운 물에 오래 있으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 38∼40도 내외의 온도에서 5분 정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요즘 청결을 위해 비데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비데 물살이 너무 세면 항문을 자극해 치질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남수민 외과 교수는 “치핵 증상이 있다면 항문 혈관이 확장되지 않도록 쪼그려 앉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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